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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부동자금이 800조원을 넘었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시중에 많은 돈이 풀렸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사상 첫 1%대 기준금리 시대를 맞아 더 늘어날 시중 자금이 이런 추세를 심화시킬지 아니면 부동산 등 자산 시장을 자극할지 주목된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말 현재 단기 부동자금은 800조726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단기 부동자금은 현금 65조원, 요구불예금 143조6000억원,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370조5000억원, 머니마켓펀드(MMF) 70조4000억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39조1000억원, 양도성예금증서(CD) 15조9000억원, 환매조건부채권(RP) 8조3000억원 등이다.
MMF 등 잔액은 금융사 간 거래인 예금취급기관 보유분과 중앙정부, 비거주자의 보유분을 빼고 집계한 것이며, 여기에 6개월 미만 정기예금 71조5000억원과 증권사의 투자자예탁금 16조4000억원을 합쳤다.
단기 부동자금은 2013년은 712조9000억원으로 7.0% 늘었고 2014년에는 794조8000억원으로 11.5% 급증했다. 경제의 덩치보다 부동 자금이 빠르게 늘면서 결국 올해 1월말 800조원을 넘어섰다.
2013년은 정기예금 금리(가중평균 신규취급액 기준)가 사상 처음으로 연 2%대에 접어든 해다.
금융위기를 넘기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2011년 연 3.25%까지 올렸지만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3%로 뚝 떨어진 2012년 10월 기준금리를 2.75%로, 다시 2013년 5월 2.50%로 내리면서 은행 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자,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급증한 셈이다.단기 부동자금은 시중에 돈은 많이 풀렸는데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늘어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러시아처럼 경제가 불안해지면 사람들은 현금화할 수 있는 곳에 돈을 보관하려 한다"면 "저금리로 돈이 많이 풀리고 투자 대안은 없는 상황에서는 대기성 자금이 주로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현금화하기 쉬운 단기성 금융자산으로 돈이 몰린다.
채권형펀드와 발행어음까지 넣어 단기 부동자금 규모를 구한 이승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의 최근 집계로는 작년말 현재 단기 부동자금이 825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 기준으로도 1년 전보다 10.8%나 증가했다.
기준금리 1%대의 저금리 상황이 앞으로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
풀린 돈이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주가나 집값을 올린다면 간접적으로 소비나 투자 심리 개선에 도움이 되는 만큼, 거품(버블)을 너무 키우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는 차선책이 된다.
그러나 단기 부동자금만 많이 늘어난다면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경제에 별다른 도움이 못 된다.
한은이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1.75%로 내린 지 며칠 지나지 않은 만큼 아직은 기대를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시장 관계자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프라이빗뱅킹(PB) 업무를 하는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장은 "부자들은 이미 저금리에 익숙해져 있어 이자가 적더라도 정기예금처럼 안전자산 위주로 돈을 굴리면서 덜 쓰고 버티려 하는 생각이 바뀌지 않을 것 같다"며 "디플레이션을 겪은 일본에서도 정기예금이 결과적으로 제일 좋은 투자였다는 얘기가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일부 분양물량이나 오피스텔 등은 호조세를 보인 부동산 시장도 과거처럼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자금의 가세로 집값이 본격적으로 뜀박질하면서 경기 부양 효과를 낼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PB센터 PB팀장은 "부자들은 인구구조에 의한 부동산 시장 한계를 아는 만큼 실수요가 아닌 집을 여러 채 사는 과거 방식의 투자를 할 것 같지는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도 "주택 거래량은 너무 오른 전세가에 쫓기듯 자의반 타의반으로 집을 사는 실수요자에 의해 증가한 것"이라며 "최근 집값이 올랐다고 하지만 올해 들어 고작 0.72% 상승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