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명 내외의 서민, 발만 동동 구르다 사채로생활비 마련, 타 대출 돌려막기… 위기의 서민들학생·주부·자영업자가 빌린 사채, 무려 1585억원 “서민금융상품, 사각지대 금융소외계층 되레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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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금융 지원이 줄어든 가운데, 지원을 받지 못한 서민들이 대부업이나 불법 사채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부업이나 불법 사채시장을 이용할 경우, 원금 뿐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이자 역시 서민을 목죌 수 있다는 것이다. 모럴해저드 우려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에 대한 금융지원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국민행복기금이나 신용회복위원회, 서민금융상품 등 서민들에 대한 금융지원이 줄면서, 대부업체 이용자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금융당국이 실시한 전국 등록 대부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총 대부잔액은 10조9000억원으로 6개월 전보다 8800억원(8.8%) 늘었다.

    248만6000명이던 대부업체 거래자 수가 6개월 전보다 2.8% 늘었다. 이로써 대부업을 이용하는 금융소비자들은 25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학생이나 주부, 자영업자 등의 대출액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들 대부업체가 학생·주부 등에 신규로 대출한 금액(1585억원)은 2011년 6월말(1697억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산 100억원 이상 80개 대부업체의 신규 대출액 중 7.1%는 다른 금융사에서 빌린 대출을 갚는 이른바 ‘돌려막기’ 대출이었다. 이는 막다른 골목에 달한 서민들이 고금리를 불사하고 마지막 수단으로 받은 대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 관행도 여전했다.

     

    금융감독원이 개인신용대출 규모가 큰(잔액 400억원 이상, 지난해 9∼10월 신규 취급액 20억원 이상) 저축은행 25개사를 대상으로 대출금리를 점검한 결과, 20개사가 평균 30%의 고금리 신용대출을 유지해 왔으며, 나머지 저축은행 5개사도 10%대 중.후반의 대출금리를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대출자의 신용도에 따라 금리를 차등화하려는 노력이 미흡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대부업 뿐 아니라 불법 사금융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심지홍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1월 9일 한국대부금융협회 주최 ‘대부업 양성화 이후의 불법 사금융 시장’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사채 등 불법 사금융 규모는 최소 8조원, 최대 1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불법 사금융 이용자 수는 93만2000명에서 140만명 정도로 추정됐다. 대략 100만명 안팎의 금융소비자가 불법적인 사금융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현상에 대해 심지홍 교수는 잘못된 서민금융 정책이 낳은 결과라고 진단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강요된 대부업 금리인하 정책과 취약계층을 외면하고 있는 정부의 서민금융상품(햇살론 등)이 문제라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불법 사금융 이용자 2명 중 1명은 주로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았다. 이는 달리 대출받을 곳이 없기 때문이었다.

    심지홍 교수는 “대부 최고금리가 66%였던 기간의 불법사채 월이용자수는 0.18명으로 낮았으나 최고금리가 49%(0.61명), 44%(1.63명), 34.9%(4명)로 낮아지면서 불법사채 이용자가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비교적 고신용자를 지원해 왔던 정부의 기존 서민금융상품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용도로 개편해야 한다”며 “사각지대의 금융소외자를 위한 새로운 서민금융상품을 정부가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