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지가는 10배나 올랐는데 보상금 인상은 '찔끔' 요구 사항은 왕궁 진위 여부 결정·보상금 인상·일괄적 보상문화재청 "주민 요구 수용하기 어렵다" 복지부동주민들 "삼표에만 보상 특혜 제공?…문화재청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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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해서 못 살겠다. 언제 어떻게 내몰릴지도 모르고. 내 집인데 내 맘대로 하지도 못한다. 고칠 수도 없고 새로 지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살던 집을 팔고 이사를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시세가 너무 낮아 살던 집을 팔아선 다른 곳에선 전세도 구하기 힘들다. 답답해서 잠도 못 이룬다." " 백제 왕성인지 아닌지도 불확실한데. 문화재도 중요하지만 그 곳에 사는 주민을 먼저 배려해야 하는 거 아닌가." (서울 송파구 풍납동 일대 주민들) 

     

    풍납토성 안쪽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다. 1997년 문화재 발굴 조사를 시작한 이후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는 없고 주민 불편만 늘어가고 있어서다.

     

    서울시 송파구 풍납동에 위치한 풍납토성은 1963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11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총 둘레 3.7km에 달하는 성곽만 사적으로 지정됐을 뿐 내부는 제외돼 있었다. 그랬기에 당시엔 풍납토성 내부에서도 새집을 짓기도 하고 집을 보수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1978년엔 레미콘 공장까지 이곳에 들어설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은 허가했다. 여타지역과 다름없이 개발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그렇게 34년이 흘렀다. 그러던 중 1997년 풍납토성 내부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토기 조각 등 백제 유물과 유구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20년 동안 발굴해도 왕궁이란 증거 안나왔는데… 

     

    선문대 이형구 석좌교수의 말과 글을 통해 '풍납토성이 백제 최초의 왕성인 하남위례성'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문화재 정책을 관장하는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이를 바탕으로 약 88에 달하는 풍납토성 내부를 보존하기 위해 사적 지정을 추진했다.

     

    또 이 일대를 본격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문화재청은 2000년부터 토지와 주택을 순차적으로 매입, 3월 현재 전체 면적의 40%35를 사들여 사적으로 지정했다.

     

    2009년부터는 매입완료지역, 왕궁터 추정 지역, 백제문화층 유존지역, 백제문화층 파괴지역, 토성 외곽 인접지역 등 5개 권역으로 구분해 권역에 따라 건축행위 등을 제한했다.

     

    문제는 발굴을 시작한 지 20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동안 풍납토성이 백제 왕성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 ▲ 서울 송파구 풍납동 풍납토성 일대 전경. ⓒ네이버 항공뷰
    ▲ 서울 송파구 풍납동 풍납토성 일대 전경. ⓒ네이버 항공뷰

     

    이런 이유로 당시 적국이었던 고구려와 너무 가깝고 규모도 작으며 한강이 인접해 있어 홍수가 잦았다는 점을 들어 "풍납토성은 백제 왕성이 아니다"는 주장을 펼치는 주민들도 생겨나고 있다.

     

    게다가 "더이상은 못참겠다"며 집단으로 반발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실제 3월 들어 풍납토성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문화재청 등에 민원을 제기, 회신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회신 내용이 요구와 맞지 않으면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의 요구 사항은 빠른 시일 내 왕궁 진위 여부 결정 보상금 인상 일괄적 보상 등 크게 3가지다.

     

    풍납토성 내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숙진(66, )씨는 "이곳은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 공기도 맑고 한강도 가깝다. 역세권에다 큰 병원도 있고 교육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주거 공간으로서는 최고의 입지조건을 다 가지고 있는 셈이다""그렇지만 명망높은 사학자들이 '풍납토성은 왕궁이 확실하다'고 하면 나갈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년 동안 발굴했는데도 풍납토성이 백제 왕성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온통 추정뿐이다. 추정만 가지고 주민들의 재산권을 정해진 기간도 없이 계속해 막는 것은 부당하다""내 집에 살고 있는데도 내 마음대로 집을 고칠 수가 있나, 보수를 할 수가 있나, 너무 답답하다. 하루 빨리 결정을 내려 보상을 해주던지, 아니면 사적 지정 자체를 해지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주변 지가는 10배나 올랐는데 보상금 인상은 '찔끔'

     

    주민들은 또 왕궁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보상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보상을 처음 시작했던 2000년과 15년이 흐른 지금은 주변 여건이 너무나 달라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장진인(71, )씨는 "2000년엔 이곳의 지가가 송파구의 다른 지역보다 높았다. 하지만 사적으로 지정된 이후 이곳의 지가는 정체된 반면 다른 지역은 개발이 되면서 몇 배씩 뛰었다. 지금 집을 팔아 다른 곳에 집을 매입해 이사를 간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상금도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지금의 보상금을 받고 나가면 집도 못 구하고 거지가 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 ▲ 풍납토성 출토유물. ⓒ한신대 박물관
    ▲ 풍납토성 출토유물. ⓒ한신대 박물관

     

    실제 풍납토성 주변의 한 부동산에 따르면 풍납토성 내 아파트의 경우 2002년엔 3.3400만~500만원선에서 거래됐으며 지금은 평당 1400만~1500만원선이다. 반면 풍납동과 인접해 있는 잠실동은 2002년엔 3.3300만~400만원선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2800만~3000만원선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10여년 새 풍납토성 내부의 지가는 3배 정도 상승했지만 잠실동은 최고 10배나 오른 것이다.

     

    보상금은 2003년 건물을 포함해 3.31300만원선이던 것이 지금은 1700만~1800만원 정도로 40% 가량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만큼 보상액도 바뀌어야 한다. 최소한 입지여건이 비슷한 주변 지역에서 비슷한 크기의 집을 살 수 있는 정도는 돼야 한다. 주변 집값은 크게 올랐는 데 보상금은 예전 그대로라면 누가 보상금을 받고 이곳에서 나가려 하겠느냐. 법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다른 지역에서 집도 살 수 없을 만큼의 보상금만 주는 것은 도둑놈 심보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 집도 살 수 없을 만큼 보상금 주는 것은 '어불성설'

     

    세번째 요구사항은 보상을 풍납토성 주민 모두에게 차별없이 일괄적으로 해 달라는 것이다. 현재 문화재청은 신청자에 한해 순차적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풍납토성 한 주민은 "누구는 보상을 받아 나가고 누구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주민간 분열만 조장하는 잘못된 정책이다. 어차피 이곳이 왕궁이라면 모든 주민이 이주해야 한다. 그렇다면 보상도 주민 모두에게 한꺼번에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 그런데 순차적으로 보상을 해주다보니 2000년에 보상을 받았던 주민들은 당시 지가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아 '웃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어디에도 갈 수도 없어 '우는'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의 보상 속도라면 모든 주민들이 보상을 받기엔 너무나 오랜 시일이 걸린다. 문화재청이 지금까지 토지 보상과 이전 비용으로 20년 동안 투입한 예산이 약 5000억원 정도로 알고 있다. 앞으로 2~3권역을 보상해 주기 위해 2조원을 더 투입해야 하는 데 이 속도라면 40년은 더 기다려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20년도 너무나 긴 시간인데 앞으로 40년을 더 기다리고 하면 누가 버틸 수 있겠는가"라고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현재 풍납토성 내부에는 총 1800세대, 48000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보상을 신청한 2~3권역 주민은 750세대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 ▲ 풍납토성 권역도. ⓒ문화재청
    ▲ 풍납토성 권역도. ⓒ문화재청

     

    또 다른 주민은 "지역 주민과 기업체 간에도 보상에 있어 차별이 있다. 현재 풍납토성엔 삼표레미콘의 공장이 들어서 있는데 문화재청이 삼표에게 우선적으로 보상해 주고 있다. 그 결과 삼표가 받은 포상액은 64%나 되지만 주민들은 18%만 보상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낀다. 기업체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런 마음이 들지 않도록 보상은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보상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지역을 선정해 이곳 주민 모두를 이주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나름의 의견을 내놨다  

     

    보상에 있어 삼표에 특혜 제공?문화재청 "아니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재 8~9% 정도 밖에 발굴이 안된 상황이다. 발굴 정도가 적다보니 우리는 한성 백제의 수도라고 생각하지만 주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게다가 예산에 맞춰 땅을 확보하다보니 발굴하는 면적이 적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이 때문에 발굴이 지연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주민들의 어려움은 잘 알지만 일괄 보상은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아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보상금을 올리는 문제도 법률에서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지급하도록 돼 있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설명했다.

     

    기업과 주민간 차별적 보상에 대해선 "주민들은 2012년부터 접수를 많이 하면서 몰린 것이고 삼표레미콘은 2006년부터 연차적으로 매입을 해온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삼표레미콘은 2016년까지 보상을 협의해 완료해야 한다. 기업체라고 우선적으로 배려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풍납토성 주민들은 문화재청-역사학자-주민간 토론회 개최 풍납토성 내 박물관 건설 풍납토성 발굴 유적에 대한 설명회 진행 문화재청과 서울시간 의견 조율을 통한 주민 이주 대상 지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