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의 고의나 중과실까지 보상하면 보험료 산정 어렵다" 이유로 없애
  • 금융사기가 발생해도 은행들은 이용자의 과실을 이유로 전액 보상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융사기 보상보험을 운영하는 국내 유명 A보험사에서 이용자의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를 보상하는 '파격적인' 보험상품을 은행에 팔았다가, 1년만에 특약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A보험사는 지난 2013년 은행과의 전자금융거래 배상책임보험II(이하 금융사기 보상보험) 갱신하는 과정에서 '이용자의 고의나 중과실로 인해 생긴 손해, 보이스피싱·스미싱·파밍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는 특약을 계약했다. 하지만 2014년에는 해당 특약을 삭제했다. 금융사기 보상보험은 1년마다 갱신되는 상품으로 매년 재계약된다.

     

    그러나 A보험사 금융사기 보상보험 일부 면책조항 부적용 특별약관에 따르면,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이 규정한 이용자의 고의나 중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책임이 있다. 


  • ▲ A보험사 금융거래배상책임보험 중 일부 면책조항 부적용 특별약관
    ▲ A보험사 금융거래배상책임보험 중 일부 면책조항 부적용 특별약관


    즉 소비자의 중대한 과실도 보장을 해주겠다는 얘기다. 특약대로라면 보이스피싱, 파밍, 스미싱을 당한 거의 모든 피해자가 보상받을 수 있다. 보안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줬거나, 계좌 비밀번호를 알려준 경우 등도 중과실에 포함된다.

     

    반면 A보험사를 제외한 모든 손해보험사는 소비자의 고의나 중과실로 인해 발생한 금융사기를 '보상하지 않는 손해'에 넣어놨다.


    A보험사에서도 해당 조항으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A보험사 관계자는 "법원에서 이용자의 고의나 중과실을 인정해 은행의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고 하더라도, 은행이 본 특약에 들었다면 보상해 줘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이 특약에 가입한 은행은 없다"고 말했다. 


  • ▲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이 규정한 이용자의 고의나 중과실 (자료:국가법령정보센터). A보험사는 특약을 통해 위 사안에 대해서도 보상하겠다고 S금융사와 계약했다.
    ▲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이 규정한 이용자의 고의나 중과실 (자료:국가법령정보센터). A보험사는 특약을 통해 위 사안에 대해서도 보상하겠다고 S금융사와 계약했다.


    해당 특약은 한시적으로 한 금융사와의 계약이기 때문에 현재 보상책임은 없다는 것이 보험사 측의 설명이다.


    A보험사 관계자는 "한 금융사와의 보험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이용자의 고의나 중과실로 인해 생긴 손해, 보이스피싱, 스미싱, 파밍으로 인해 생긴 손해'에 특약이 없으면 계약하지 않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잠깐 들어갔던 것이다. 이 조항이 전체적인 보험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2013년 1년 동안 한시적으로 한 금융회사와의 계약건이다. 이용자의 고의나 중과실에까지 보상하는 보험료는 산정이 어렵다. 그래서 한시적으로만 사용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S금융사가 가입한 보험이 소비자의 과실이 있어도 보상한다는 특약이 뒤늦게 알려지면 2013년 보이스피싱, 파밍, 스미싱 등의 피해자들의 보험금 청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