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량 압박에 은행권, 각종 창구 단계적 폐쇄금리 6~7%대 … 대출 수요자 부담만 커져내년 주담대 공급여력 최대 30조 줄어든다비은행권으로 수요 이동 시 금융 불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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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을 앞두고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돌입하면서 대출 빙하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일부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접수를 사실상 중단했고, 나머지 은행들 역시 대출 채널을 단계적으로 차단하며 문턱을 급격히 높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꺾인 상황에서 조달비용까지 상승하며 고금리 부담이 겹치자 대출 절벽에 내몰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오는 25일부터 영업점을 통한 주담대 및 전세대출 신규 접수를 중단한다. 앞서 대출모집인 경로를 차단한 데 이어, 대면 창구까지 잠그며 사실상 총량 조절 모드에 들어간 것이다. 비대면 채널만 예외적으로 남겨두었지만, 한도 소진 시 즉각 중단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나왔다.

    다른 주요 은행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국민·신한·농협은행은 주담대 한도 확장 기능을 담당하는 모기지보험(MCI)과 보증(MCG) 신규 취급을 멈춰 주담대 대출가능액을 축소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점별 월 10억원 한도를 부여해 2∼3건만 취급해도 영업이 종료되는 수준의 극단적 조치를 시행 중이다.

    이 같은 대출 조이는 조치가 확산하는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총량관리 기조가 자리한다. 6·27 대책 발표 후, 올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 목표가 기존 7조 2000억원에서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목표를 넘기면 내년 총량이 줄어드는 ‘페널티’가 예고된 만큼, 은행권은 연말까지 대출 브레이크를 굳게 밟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이 여파가 한 은행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정 은행의 셧다운이 곧바로 수요 이동으로 이어지면서 다른 은행의 총량도 압박한다. 업계는 “지난해 말과 유사한 ‘풍선효과’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작년에도 일부 은행의 대출 제한이 시장 전반의 동반 셧다운을 촉발한 바 있다.

    대출 접근성만 악화된 게 아니다. 금리 부담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은행채 금리 상승과 코픽스(COFIX) 반등으로 주요 은행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연 6%대를 넘겼고, 일부 인터넷은행은 7%대에 진입했다. 케이뱅크는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연 7.75%까지 올렸다. 

    대출 빙하기가 연말을 넘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 전환을 추진하면서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을 기존 15%에서 20%로 높이는 방안을 내년 초 조기 적용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은행은 주담대를 늘릴수록 자본비율 방어가 어려워진다. 업계 추산으로는 주담대 공급여력이 연간 20조~30조원가량 감소할 수 있다.

    가계대출 성장세의 중심이 신용대출로 이동하는 점 역시 변수다. 지난달 은행권 기타대출은 1조 4000억원 증가하며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됐다. 증시 반등에 따른 ‘빚투’ 수요가 재점화된 영향이다.

    금융권에서는 대출 절벽이 자칫 규제 밖으로 돈줄을 몰리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더 나아가 사금융 영역으로 수요가 흐르면 부실 위험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다.

    은행권 관계자는 “총량 규제는 금융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자금 수요는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다”며 “정책 목표와 시장 충격 사이에서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