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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프로야구단인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의 지분 인수를 추진해 논란을 일으킨 우리나라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구단에도 거액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30일 정의당 박원석 의원실과 투자업계에 따르면 투자공사는 EPL 구단 한 곳을 선정, 조만간 정식으로 투자실무위원회 예비심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투자 대상 구단으로는 현재 2014~2015 시즌에서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맨시티)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KIC 안홍철 사장은 지난 1월 중순 해외 출장 일정 중에 외국계 로펌 관계자를 대동하고 '시티풋볼그룹(CFG)'의 칼둔 알 무바라크 회장 등 경영진을 만나 투자 의견을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시티풋볼그룹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왕족인 셰이크 만수르가 2008년 맨시티를 인수한 뒤 세운 지주회사다. 맨시티를 비롯해 호주 A리그의 멜버른 시티, 일본 리그 요코하마 F마리노스, 미국프로축구(MLS)의 뉴욕시티 등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맨시티는 만수르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수년 만에 유럽 최강팀 중 하나로 변모했으며, 구단주 만수르는 한국에서도 지명도와 인기가 높다.

     

    하지만 KIC가 실제 투자절차를 진행하면 여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우선 수익성이 우려된다. 맨시티는 매년 2억 파운드(약 3300억원)를 훌쩍 넘기는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선수 영입에 천문학적인 돈을 지출하고 있어 수년째 적자 상태다.

     

    또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텔레그레프' 보도에 따르면 맨시티는 최근 적자 규모를 축소하는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검토도 규정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KIC 내부 규정상 투자 정식절차가 개시돼야 현지 실사를 할 수 있고 논의가 진행 중이더라도 사장은 최종 결정단계에 이르기까지 협상 전면에 나설 수 없다. 만일 맨시티 투자가 현실화된다면 안홍철 사장이 시티풋볼그룹 측과 사전에 접촉한 사실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KIC가 투자 절차를 진행 중인 LA다저스 건의 경우 보장수익률이 연 3%로 통상적인 대체투자의 10∼15% 수준보다 현저히 낮고, 10년간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한 점 등 불리한 협상 조건이 알려져 문제가 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21일 KIC의 LA다저스 투자 추진 건과 관련해 감사원 감사 청구를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