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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앞으로 채권단의 동의가 없을 땐 기업구조조정에 개입할 수 없게 된다. 국회와 금융당국이 성완종 사태로 촉발된 관치금융 논란을 차단하고 기업구조조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앞서 감사원은 금감원이 경남기업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하고 대주주인 성완종 전 회장의 지위 보장을 요구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기업구조정촉진법(기촉법) 개정안을 11일 대표발의한다.
개정안은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금감원의 개입 조건을 명확하게 규정했다.
먼저 금감원장이 갖고 있던 채권행사 유예 요청 권한은 주채권은행으로 넘어간다. 금감원은 채권단 구성원 50% 이상 동의를 받아야 중재안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중재안은 채권액 비중 75%, 채권자 수 기준 40% 이상이 찬성해야 효력을 갖는다.금감원이 중재안을 낼 수 있는 범주도 기업개선계획, 채무조정, 신용공여 수립 등으로 제한했다. 금감원의 조정과정은 반드시 문서로 남기도록 규정했다. 조정안도 채권단의 의결을 통해 확정하도록 했다.
이로써 금감원의 기업 워크아웃 개입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공식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 기촉법에는 기업구조조정에 금감원이 개입할 수 없으나 막강한 감독권한을 가진 금감원이 비공식적으로 나설 땐 채권단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특히 경남기업 워크아웃 당시 성완종 전 회장이 전방위 로비를 펼친 결과 대주주의 무상감사 없이 출자전환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감사원 감사결과로 발표됐다. 당시 주 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이 경남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성 전 회장의 지분을 무상감자를 시도하자 금감원이 이를 막았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으로 금감원의 구조조정 개입이 법적으로 허용되면서 ‘관치금융’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감독업무로 모든 것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제한적 개입’이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정우택 위원장은 “그동안 문제시됐던 금감원의 중재역할을 명확히 하고 절차적 투명성을 높여 부당한 개입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