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통해 삼성그룹의 순환출자구조 단순화증권가 "경쟁력 제고·운영 시너지 창출"
  • 지난 26일 발표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합병회사명 :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단순화 시켰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또 합병 법인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 되고 신규 사업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키우게 됐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기존 '제일모직(오너일가)→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전기·SDI)→제일모직'으로 이어지던 순환출자 구조는 '오너일가→(통합)삼성물산→삼성생명(증권·카드)·삼성전자'로 단순해졌다.


    결국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회사인 삼성물산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갖게 된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합병으로 합병회사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되면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06%에 대한 지배력 확보를 할 수 있게 되고, 제일모직이 현재 보유 중인 삼성생명 지분 19.3%를 감안하면 전자와 금융분야를 합친 '삼성그룹'의 지배력 확대에 힘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주에는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바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이 그룹의 상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의 그룹승계를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재계의 분석과 맞물린다.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생명지분을 각각 4.68%, 2.18%를 갖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그동안 수차례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30개가 넘는 기준 순환출자 구조를 단순하게 만들어왔는데, 이번 합병 결의를 통해 삼성물산이 생명과 전자를 지배하는 일차적 단순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합병이 그룹의 경영권 승계이슈를 떠나 양사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합병을 통해 그동안 양사가 각각 운영해 온 건설 부문을 통합해 건설사업 경쟁력 제고와 운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해졌다.


    또 상사 부문의 글로벌 운영 경험과 인프라를 활용해 패션·식음 사업의 외국진출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증권가도 제일모직에 대해 고평가 논란이 해소될 것이라며 긍적적으로 평가했다. 또 그룹 지주회사격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1 대 0.35 비율로 합병을 결의하면서 시장에서 점치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분석했다.


    오진원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과도기적 상황에 위치한 삼성그룹과 제일모직의 지분구성을 감안했을 때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수혜주는 제일모직"이라고 밝혔다.


    오 연구원은 올해 예상 합병법인의 매출은 33조원, 영업익 7500억원, 지배순익 6000억원 내외로 추정했다.


    또 P/B(주가순자산비율) 4배를 상회하는 고평가 상황이었던 제일모직은 합병으로 인해 1.7배(자사주 제외, 우선주 포함기준)로 희석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합병으로 고평가 논란이 해소될 것으로 봤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의 전자 지배로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배당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내년 배당성향을 20%로 상향할 경우 합병법인의 순이익은 21.2%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에 따라 건설사업 통합 통한 경쟁력 강화, 제일모직 패션, 식음서비스 및 바이오사업 해외진출에 삼성물산 상사부문 인프라 활용, 삼성바이오로직스 최대주주 등극(51.2%) 및 실적 연결인식 등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 주가도 합병 이후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전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합병을 결정했다는 소식에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했고, 삼성그룹 지배구조 관련주로 꼽히는 삼성에스디에스가 6.98% 급등했다.


    또 제일모직 지분을 보유한 KCC가 6.88% 올랐고, 삼성물산 지분을 가진 삼성SDI도 3.28% 상승마감했다.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도 각각 1.75%, 0.89%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