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계 보험사와 비은행계 보험사·보험설계사간 입장 차이 커
  • ▲ 위에서 내려다본 여의도 금융권.ⓒ뉴데일리 DB
    ▲ 위에서 내려다본 여의도 금융권.ⓒ뉴데일리 DB


    은행·증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장소에서 취급하는 '금융복합점포'의 보험사 입점 여부를 둘러싸고 은행계 보험사와 비은행계 보험사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여기에 보험대리점협회가 반대 서명 운동에 들아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은행계 보험사들은 고객들이 복합점포에서 금융상품에 대한 종합적인 상담을 받으면서 재무설계를 할 수 있어 소비자 권익 향상에 도움이 되고, 금융상품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은행계 보험사 관계자는 "복합점포는 고객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의 경우만 봐도 금융 발전의 한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며 "방카슈랑스를 시행할 때도 반대가 많았지만, 그를 통해서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졌다. 복합점포도 결국 시장에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복합점포 시행을 염두에 두고 있는 금융위원회도 '방카슈랑스 25% 룰(방카룰)'을 계속 유지하면 큰 문제는 없다고 보고 있다.  

    방카룰은 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 보험사 상품의 판매 비중이 25%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으로, 은행에 보험사가 종속되는 것을 방지하고 같은 금융사에 속해있는 보험사 '밀어주기'를 차단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복합점포를 시행한다고 해서 방카룰을 바꾸진 않을 것"이라며 "복합점포 자체가 금융상품에 대한 종합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의 이익을 증진하자는 취지일 뿐, 어떤 회사를 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비은행계열인 전업 보험사와 보험설계사들은 복합점포에서 은행들이 같은 금융지주에 속해있는 보험사 상품을 방카룰의 제한을 받지 않고 판매할 수 있어 시장질서가 무너진다고 반박한다.

    전업 보험사 관계자는 "복합점포에서는 설계사를 소개해주거나 콜센터를 활용하는 등 우회적으로 방카룰을 회피할 수 있다"며 "결국 보험사를 갖고 있는 금융회사 수익에만 보탬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험대리점협회는 아예 지난 1일부터 100인 이상 대리점 소속 설계사를 대상으로 복합점포 반대 서명 운동에 들어갔다.

    보험대리점협회는 성명서에서 "복합점포에서는 방카룰 적용을 피하는 편법을 막을 수 없어 보험설계사들의 일자리와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며 "또한 설계사들이 보험상품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없어 불완전판매가 늘어나고 소비자의 보험선택권이 제약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복합점포 문제에 대해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양측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입장 차이가 커 접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며 "공청회와 세미나 등에서 의견을 모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합점포 문제가 당장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고, 시일이 걸리더라도 당사자들 입장을 충분히 수렴해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