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공세 시작된 4일부터 이틀간 삼성물산 지분 1% 매입증권가 "엘리엇 의도대로 합병 무산 가능성 낮을 것"
  •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가 대규모 지분 매입과 경영권 분쟁을 야기시키며 삼성물산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연기금이 구원투수로 나서는 모양새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로 코스피가 흔들릴 때마다 쌍끌이 매수로 지수를 지탱하며 증시의 구원투수로 불리던 연기금이 삼성물산 주식을 집중 매입하며 지분 방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한 지난 4일 43만8571주, 302억원 어치의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였고, 이튿날인 5일에는 105만6781주, 785억원어치의 주식을 쓸어 담았다.


    연기금이 4∼5일 매수한 149만5352주는 삼성물산 지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특히 5일 매수 규모는 연기금의 삼성물산 하루 순매수액으로는 통계자료가 존재하는 지난 2006년 11월 이후 최대치다.


    연기금은 지난달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과 합병 발표를 계기로 삼성물산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여왔다.


    지난 26일부터 이달 5일까지 9거래일 동안 2262억원어치(331만5668주)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연기금의 삼성물산 지분은 2.12%나 증가했다.


    양사의 합병이 삼성물산 주가 흐름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인식에 투자를 늘려가던 차에 엘리엇의 공격적 지분 매입 소식에 매수 강도를 높인 것이다.


    현재 엘리엇이 외국인 주주를 중심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는 세력을 결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삼성물산과 그룹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반면 합병안을 놓고 치열한 표 대결이 벌어지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삼성그룹으로서는 재무적 투자자의 성격이 강한 연기금의 삼성물산 비중 확대가 일단은 반길 일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엘리엇이 이달 3일 거래 상황까지만 공시해 4∼5일 추가로 삼성물산 지분을 사들였는지는 확인되지 않는 상황으로, 지분확보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엘리엇이 치밀한 작전 계획을 세워놓고 움직이기 시작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해결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엘리엇이 2대 주주인 삼성SDI의 지분율 7.39% 이상으로 지분을 확대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엘리엇의 삼성물산 지분 취득으로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오진원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가능한 주식은 합병 이사회 결의 공시 이전에 취득한 주식에 국한되는데, 엘리엇 보유 지분은 4.95%에 불과하다"며 "주식매수청구권 취득가액 대비 현저히 높은 시기임을 감안할 때, 주식매수청구권 비용 청구 과다에 따른 합병 무산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엘리엇 펀드가 33.3%이상 지분을 규합시 합병 무산 가능성도 있지만, 직접 지분 취득을 통한 의결권 행사 가능기간은 오는 11일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