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핀테크랩'에서 각종 혜택 제공·정작 핀테크 업체 한정돼있어금융권 스스로 핀테크 지원 속도 조절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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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핀테크 지원 대책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핀테크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가 '갑', 시중은행이 '을'이죠. 어떤 핀테크 회사는 시중은행들의 지원책을 비교하면서 조건을 흥정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얼마 전 판교 테크노벨리에 위치한 '핀테크 지원센터'에서 만났던 한 시중은행 핀테크 사업 담당자가 한 말이다.
 
최근 핀테크가 금융권 화두로 떠오르자,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은행‧카드‧증권사 모두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고자 지원 방안을 우후죽순 쏟아내고 있다는 뜻이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금융사들이 분주하게 핀테크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리더니, 지난달부터는 하나 둘 '핀테크 랩(지원센터)'을 선보였다. 신한은행은 '퓨처스랩', KB금융의 '핀테크허브(Hub)센터', 하나‧외환은행은 '원큐랩' 등 저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결국은 핀테크 업체를 육성하기 위한 공간 마련에 힘쓰고 있다.

핀테크 회사를 위한 금융사의 지원책도 다양했다. 사업 타당성 검토와 법률 상담, 금융사 업무 연계, 기술금융과 IT관련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일정 수준의 육성과정을 거치면 국내나 해외 투자자들에게 사업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도 줄 예정이다. 

이처럼 핀테크 업체를 키우고자 은행들은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앞 다퉈 좋은 조건을 내놓고 있다. 은행마다 책정한 예산은 각각 차이가 있겠지만 많게는 5억~7억원을 편성한 금융사도 있었다.
 
전 금융사가 내놓은 '핀테크 지원책'을 바탕으로 업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사업하기 수월한 시대를 맞은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앞서 금융당국과 금융사가 함께 만든 핀테크 지원센터의 '데모데이'로 금융사와 개별 업무협약을 맺은 대다수의 핀테크 업체들도 약 2~3개 금융사의 러브콜을 받은 뒤, 최적의 조건을 비교해 최종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급이나 결제 등 금융사가 필요로 하는 핀테크 기술은 대부분 유사한 데 이를 제공할 수 있는 핀테크사는 많지 않아, 결국 금융사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넘치는 상황인 셈이다.
 
물론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가 최상의 지원을 제공하는 금융사를 만나 소비자에게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우수한 핀테크 업체는 한정돼있는데, 금융사의 지원책은 넘쳐나면서 이를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앞서 만난 시중은행 관계자도 "금융사의 지원이 넘쳐나면서 '체리피커(자신의 이익만을 취하는 것)' 핀테크 업체가 생겨날까 염려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요즘처럼 핀테크 업체 지원을 두고 금융사가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금융권이 스스로 속도 조절에 나설 때,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 사이에서 균형 잡힌 관계가 형성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