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퇴원 후 먹는 항암제가 어떻게 입원의료비인가"환자단체연합회 "암환자는 무조건 병원에만 있으라는 건가…"금감원 "통계나 약관해석 원칙 등 고려해 입원의료비로 결정"보험업계 관계자 "이번 결정으로 실손보험 보험료 오를 것"
  • ▲ 메리츠화재.ⓒ뉴데일리 DB
    ▲ 메리츠화재.ⓒ뉴데일리 DB


    암환자가 퇴원 후 먹는 표적항암제를 실손보험의 '입원의료비'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메리츠화재와 암환자가 소송 중이다. 메리츠화재는 '약관대로 보험금 지급'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그 '약관대로' 부분을 자사 입장만 고려해 해석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7월 부산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송 준비서면에서 "피고인 암환자가 폐암 치료를 위해 입원하고 그 과정에서 의사로부터 먹는 항암제 '잴코리'를 처방받은 것은 사실이며 이 때는 보험약관상 입원의료비에 해당돼 보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문제는 퇴원 후 폐암 관리를 위해 자발적으로 잴코리를 투약한 경우다"라며 "피고는 퇴원 후 젤코리 복용을 보험약관의 '투약 및 처방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약관의 뜻은 '투약료는 입원기간 중 투약하는 약물에 대한 비용일 뿐, 퇴원이후 약물복용까지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즉 메리츠화재는 암환자가 퇴원 후 먹는 항암제를 복용하는 것은 약관상 실손보험의 '입원의료비'로 볼 수 없다고 보는 입장이며, 이에 따라 이미 지급했던 보험금 1800만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반면 피고인 암환자를 대변하고 있는 환자단체연합회(환자연)는 메리츠화재가 암 치료에 있어 집과 병원을 오가면서 먹는 항암를 복용하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다고 비판했다.

    환자연 관계자는 "암환자가 입원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병이 나은것도 아니고, 단지 먹는 항암제를 통해 수명을 연장시키고 있을 뿐이다"며 "그나마 먹는 항암제 때문에 집에라도 갈 수 있다. 메리츠화재 주장대로라면 암환자는 병원에 무조건 누워 있어야 한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잴코리는 건강보험 등재가 아직 되지 않은 약이어서 비급여 상품인데, 입원의료비로 보장하지 않는다면 한 달 약값으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돈을 고스란히 암환자가 부담해야 한다"면서 "지속적으로 비싼 항암제를 먹어야 하는데 입원의료비로 보지 않겠다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했다. 

    메리츠화재가 퇴원 후 먹는 항암제를 실손보험의 입원의료비로 보장하지 않으면 암환자들이 보험금을 받기 위해 집에서 먹는 항암제를 복용할 수 있어도 병원에 머물러야 하고, 퇴원을 할 경우 비싼 약값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입장이 갈리자 금융감독원이 나서 "암환자가 퇴원 후 먹는 항암제를 입원의료비로 봐야 한다"고 약관해석 결정을 내렸다.

    원희정 금감원 제3보험 팀장은 입원의료비로 결정한 근거에 대해 "우선 보험료를 산출할 때 퇴원약부분은 입원의료비 통계 속에 포함돼 있고, 실손보험과 구조가 비슷한 국민건강보험을 맡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입원진료비에 해당한다고 회신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원희정 팀장은 "실손보험 표준약관의 약관해석 원칙을 봐도 약관조항이 모호하면 불이익하게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원칙도 있다"며 "이 사안에서 메리츠화재가 턱없는 주장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근거를 종합해 입원의료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입원의료비로 봐야 한다는 근거가 명확해 그렇게 결정했다는 의미다.

    이러한 금감원의 결정에 대해 메리츠화재와 그 외 보험업계 관계자 모두 "당국이 결정했으니 받아들일 것"이라면서도 "분쟁의 근본 원인을 외면하고 있다"고 불만스러워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우리는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할 부분에 대해서는 다 지급해왔다"며 "도저히 입원의료비로 볼 수 없는 부분에 관해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는데, 마치 잴코리가 비싸서 보험금을 못 주겠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됐다"고 말했다.

    복수의 보험업계 관계자들도 "이 사안은 메리츠화재만 탓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보험사 입장에서 이렇게 약관 해석이 나오면 훨씬 많은 부분까지 실손 보장을 해줘야 되고, 그 여파로 보험료가 오를 수 밖에 없는 점도 감안됐어야 하는데, 논의가 일방적으로 흘러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암 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질병의 약제에도 해당될 실손보험 입원의료비 해석이 '보장 확대에 따른 보험료 인상'과 같은 파급 효과를 고려하지 못한 채 결정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