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수계의 대표적 다목적댐인 소양강과 충주댐이 텅텅 비었다. 40년만의 최악의 가뭄속에 각각 최저수위와 최악의 저수율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달말 쯤이면 발전은 물론 농업용수 공급에 이어 식수공급 마저 제한적으로 이뤄질 판이다.자칫 용수조절에 실패할 경우 공업용수 공급마저 감축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수도권 최대 상수원인 북한강 상류 소양강댐의 현재 저수량은 26.1%, 수위는 153미터로 1973년 댐 준공 이후 가장 낮다. 큰 비가 오지 않는 한 용수공급 하한선인 150미터 아래로 떨어질 이달 말에는 발전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다. 인근 발전용 댐들의 물을 끌어들여 가까스로 농업용수 공급에 나서고 있으나 이마저도 한계상황이다.
수도권의 주요 물 공급원인 충주댐의 현재 저수율은 23.1%, 1985년 준공이래 최저치다. 초당 110톤을 흘려보내던 충주댐은 현재 30톤으로 줄였지만 수위는 하루 5cm 이상 뚝뚝 떨어져 정상적인 용수 공급선인 110m까지 이제 5m 밖에 남지 않았다.
현재 두 댐은 가뭄에 대비한 선제적 용수 비축 탓에 가까스로 주의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하천용수 공급을 제한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여전히 절대 강우량이 부족한 형편으로 이달말이면 주의-관심-경계-심각 등 4가지 용수 수급 단계 중 경계 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경계, 심각 단계로 들어가면 각각 농업용수와 생활용수까지 공급을 제한하게 된다. -
장마까지는 이렇다 할 비 소식도 없는 형편으로 시나브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수자원공사 등은 다목적댐과 수력발전댐의 연계 운영 등 이른바 댐 운영 고도화로 그 시기를 늦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열흘 내외다.
더욱이 기상청은 보통 6월말에 시작되는 장마가 올해는 그 시기가 늦어져 7월이나 돼야 제대로된 장맛비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울한 것은 강우량이 예년 보다 적은 마른 장마 가능성이 높고 장마전선을 밀어올리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약해 중부지방까지 올라올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될 경우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가뭄은 내년 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사정이 이런데는 대가뭄에도 수자원 74%를 그대로 흘려버리는 답답한 물 관리에 기인한다.
국내 수자원총량 1297억㎥ 중 활용할 수 있는 수자원은 26%인 333억㎥에 불과하다. 70% 이상의 물이 활용되지 못한 채 바다로 흘러가거나 증발된다. 평상시 물을 저장하는 댐용수는 전체 수자원의 15%에 불과한 180억㎥에가 고작이다.
7~8월 장마 때 연간 강수량의 70%가 집중되는 우리의 환경상 수요·공급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은 댐 인프라 확충이지만 늘 환경단체등의 반발로 발목이 잡힌다.
국내 20개 다목적댐 중 17개의 댐이 2000년 이전에 건설됐다. 환경파괴 논란이 불거진 2000년 이후 건설된 댐은 낙동강 군위댐을 비롯해 3개에 불과하다. 여기에 4대강 논란 이후 댐 건설 문제는 정부내에서도 금기어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4대강 유역은 계속되는 가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한강 영산강 금강 낙동강 등에 설치된 16개의 보가 총 7억2000만㎥의 추가 수자원을 확보한 게 주효했다. 반면 야당과 환경단체의 반발로 사실상 보류된 4대강 지천사업 지역은 본류와 달리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일찌감치 한국을 물부족 국가로 분류해 놓고 있는 세계학회에서는 적극적인 물 대책을 충고한다. 용수 절약 수준의 소극적인 대책을 뛰어넘어 담수율을 높이는 댐이나 저수지 건설 등 근원대책을 서두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대규모 댐 건설이 불가능할 경우 지천별로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소규모 다목적 저류지 등 인프라라도 우선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