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뒤늦게 하천수 활용 용수공급사업 추진…11월에나 예타 신청용수공급계획 통합관리 기구(물관리위원회) 필요…부처 간 이견 조정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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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 드러낸 소양강댐.ⓒ연합뉴스
가뭄이 극심하다. 도서·산간지역을 중심으로 먹을 물조차 부족한 곳이 속출하고 있다.
반면 4대 강에 설치된 16개 보에는 가둔 물이 가득하다. 하지만 4대 강 사업 완료 후 관개수로를 새롭게 설치한 곳이 한 곳도 없어 보 안의 물을 농경지까지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체계적인 물 공급·관리 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강 수계 다목적댐 저수율 심각…도서·산간 식수 공급 차질도
기상청에 따르면 올 1월1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서울, 경기, 강원지역 누적 강수량은 평년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이다. 강원지역은 더 심해 지난달부터 이달 14일까지 강수량은 160.8㎜다. 이는 평년의 48%에 그친다.
비가 안 오다 보니 저수율도 낮다. 지난 9일 현재 전국 다목적댐 저수율은 33.5%로 예년 37.5%의 89.3% 수준이다. 다만 지역적인 편차가 심해 한강수계 다목적댐의 저수율은 금강, 낙동강 수계보다 저수율이 낮은 실정이다.
수도권 최대 상수원인 북한강 상류 소양강댐의 저수율은 9일 현재 27.3%로 예년의 41.6%와 비교하면 65.6%에 불과하다. 수도권의 주요 물 공급원인 충주댐도 저수율 23.3%로 예년 36.6%의 63.7% 수준이다.
그나마 낙동강, 금강, 섬진강 유역 다목적댐 저수율은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다.
낙동강 합천댐의 저수율은 9일 현재 46.7%로 평년 31.1%의 150.1%에 해당한다. 임하댐은 31.5%로 예년 30.6%의 102.9% 수준이다. 금강, 섬진강의 4개 다목적댐 저수율도 예년의 95.2~126.1%로 집계됐다.
유독 한강수계가 바짝 말라가면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일부터 한강수계 발전댐과 소양강·충주댐의 비상 연계 운영에 들어갔다. 농업용수 감축이 필요한 경계단계 도달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달 소양강·충주댐 유역에 비가 안 와 조만간 경계단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발전댐과 다목적댐인 소양강·충주댐을 비상 연계 운영해 용수를 비축하면 잔여 유역의 유출량에 따라 변동될 수는 있지만, 최대 21일쯤 경계경보 발령을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해는 이미 속출하고 있다. 정부 가뭄대책상황실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물마름 현상을 보이는 논은 2592㏊에 달한다. 작물이 시들어 버린 밭 면적도 3708㏊나 된다. 파종률을 보면 고랭지 채소는 42.2%, 두류·잡곡류는 60.5%에 불과하다.
식수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7일 현재 가뭄으로 운반 급수나 제한 급수가 이뤄지는 곳은 강원과 경북, 경기, 인천 등 도서·산간지역을 중심으로 9개 시·군, 38개 마을, 2955가구, 주민 5419명에 이른다.
낙동강 상류에서는 녹조가 관찰되고 있다. 낙동강 창녕 함안보 구간에는 지난 2일 일부 녹조가 발생해 경보(조류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설상가상 기상청은 이달 하순부터 다음 달까지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비가 오겠으며 강수량도 평년보다 적은 마른장마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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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가득 찬 세종보.ⓒ연합뉴스
◇전국 16개 보에는 물 넘쳐…수리시설 설치 등 종합적인 물관리 필요
반면 4대 강에 설치된 전국 16개 보에는 가둔 물이 넘치고 있다. 이들 보에 확보된 물의 양은 7억2000만㎥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에 따르면 4대 강 사업으로 추가 확보한 수자원은 보와 강바닥 준설 7.2억㎥(한강 0.3억㎥, 낙동강 6.0억㎥, 금강 0.6억㎥, 영산강 0.3억㎥), 댐 2.4억㎥, 농업용저수지 증고 2.1억㎥ 등 총 11.7억㎥이다. 이는 팔당댐의 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사업 이후 4대 강 본류의 수위는 연중 강물이 가장 적은 갈수위를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현재 평균 1.77m 상승했다는 게 수공 측 설명이다.
수공 관계자는 "2012년 충청지역 기상관측 이래 104년 만의 기록적인 가뭄에도 4대 강 본류 주변에 취수 장애 없이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했다"며 "사업 이전에는 4대 강 본류에도 용수가 부족해 1999~2011년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서 21차례 댐 추가 방류를 요청했지만, 2012년에는 1건도 없었다"고 부연했다.
수공은 지난해에도 1월1일부터 7월28일까지 강수량이 452㎜로 예년의 62%에 그쳤지만, 가뭄 피해가 인천 강화·옹진, 경기 연천·포천, 강원 영월·화천, 경북 의성·울진 등 21개 시·군에 제한적으로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2008~2009년 가뭄으로 전국 77개 시·군에서 생·공용수 제한급수, 14개 시·군에서 농업용수 부족이 나타났던 것과 비교하면 4대 강 사업 이후 가뭄 피해가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4대 강 유역은 이번에도 별다른 가뭄 피해를 보지 않았다. 다만 보에는 가둔 물이 넘치지만, 활용되는 수자원은 제한적이다. 주변에 있는 농경지만 산발적으로 농업용수를 뽑아 쓰는 데 그치고 있다. 4대 강 사업 완료 이후 농경지까지 관개수로를 새롭게 설치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어촌공사는 최근 들어서야 수리시설을 추가로 설치해 4대 강 사업으로 확보한 하천수를 농업용수로 활용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활용하는 하천수 규모는 16개 보가 확보한 7.2억㎥의 7분의 1수준인 1억㎥쯤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은 16일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에게 "4대 강 16개 보에 넘치는 물을 농업용수로 활용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전국 16개 보에 7.2억㎥의 물이 찰랑찰랑 넘치고 있지만, 이를 가뭄 농업용수로 활용할 물 공급·관리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104년 만의 극심한 가뭄을 겪었던 2012년 8월 총리실 주관으로 '하천수(4대 강) 활용 농촌용수공급사업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했으나 아직도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농식품부는 오는 11월에야 비로소 전국 20개 지구에 대해 양수장, 송수관로, 용수로 등을 설치하는 '하천수 활용 농촌용수 공급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더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칠 것이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적극 협의해 관련 사업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농업용수 공급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공업·생활용수 공급계획은 전혀 세우지 않은 상태인 만큼 4대 강 용수공급계획을 통합 관리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각 부처·기관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특정 부서에 통합관리 기능을 주는 것에 이견이 있지만, 효율적인 물관리를 위해 조정기능을 가지는 물관리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있었다"면서 "정치권에서도 물관리기본법 발의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진척상황은 모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