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주식매수권-주주 제안권' 행사 등 물산 주식 비싸게 팔기 작전'반기업-반재벌' 활동 벌이는 일부 시민단체 결합 가능성도
-
-
-
-
▲ ⓒ뉴데일리경제DB.
세계 3대 해지펀드, 먹튀의 대명사 '엘리엇'의 잇따른 공세 앞에 삼성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삼성물산의 3대 주주이기도 한 엘리엇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반대한다는 논리를 펼치면서 뒤에선 '삼성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반기업·반재벌 활동을 벌이는 일부 시민단체와 엘리엇이 결합할 가능성도 베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식을 삼성에 되팔기 전까지 고삐를 늦추지 않을 전망이다. 주식을 비싸게 팔아치우고 한국을 떠나려면 삼성이 지칠 때까지 반삼성 정서를 키우며 계속 물고 늘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22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한국에 넘어온 이유는 분명하다. 목표 투자수익을 챙기기 위해서다. 엘리엇이 먹튀를 위해 꺼내들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삼성 때리기' 뿐이다.
물론 엘리엇 측은 스스로 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행동주의 투자자'라고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엘리엇의 속셈은 주식에 대한 시세 차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엘리엇의 실체를 금새 알 수 있다. 엘리엇은 돈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악마'로 통한다.
실제 엘리엇은 지난해 아르헨티나를 국가부도로 내몰았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채무불이행(디폴트)를 선언한 뒤 국제 채권단 등으로부터 채무를 최대 75%까지 탕감받기로 했지만 엘리엇이 반기를 들고 나서는 바람에 허사로 돌아갔다.
-
-
당시 엘리엇은 부실 국채를 4800만 달러에 인수한 후 소송을 걸어 결국 13억3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무려 투자금의 30배를 뻥튀기 하듯 번 셈이다. 그런데도 이 과정에서 법적으론 문제될게 없었다.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엘리엇이 악마같은 존재로 기억됐을 뿐이었다.
앞서 1996년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페루를 곤경에 빠트린 게 바로 엘리엇이다. 주로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를 노리며, 국제기구 등에서 보내는 원조마저 채무를 갚는 데 먼저 쓰라고 할 정도로 엘리엇은 무자비함의 극치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엘리엇의 민낯은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의 지분을 확보한 후 분쟁을 일으켜 경영권을 위협하고 주가가 급등하면 팔아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떠나는 '먹튀' 투기자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렇다면 엘리엇이 삼성과의 대결에서 목표 수익을 어떻게 따낼까. 방법은 단 한가지 뿐이다. 상법의 빈틈을 활용하는 것이다.
합병 절차는 상법에 따라 이뤄진다. 엘리엇 입장에서 구세주는 상법 '제374조의 2' 규정이다. 합병이 성사됐을 경우 이 법에 따라 엘리엇은 '반대주주의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즉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한다고 의사를 밝힌 다음 합병 후 살아남는 삼성물산에게 보유주식을 팔 수 있다.
삼성물산은 이 청구권을 접수받은 뒤 2개월 내 엘리엇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여기서 주식 매수가격은 엘리엇과 삼성물산간 협의에 의해 결정된다. 엘리엇은 이때 원하는 매도가격으로 주식을 처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
엘리엇이 삼성을 압박하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목표 수익을 건지기 전까진 각종 소송과 여론전을 펼치며 삼성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작업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경우 '먹고 떨어져라는 식'의 반응이라도 이끌어내겠다는 계산을 세웠을 수도 있다.
이미 엘리엇의 그림대로 상황은 흘러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 문제를 엘리엇 사태와 엮어 풀어낸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고, 그룹 형태의 기업체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시나브로 높아지고 있다.
엘리엇은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사이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 소집·결의 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낸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삼성물산이 자사주 899만주(5.76%)를 우호관계인 KCC에 매각한 일을 문제삼아 '주식 처분금지 가처분' 소송도 걸었다.
공격수 엘리엇 입장에서는 손해볼 게 없다. 여러 차례 공격에도 삼성이 끄떡도 하지 않는다면 엘리엇은 또 다른 소송과 여론전을 진행하면 그만이다. 시간은 엘리엇 편이다.
합병 후에도 엘리엇은 주주에게 현물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변경을 요구할 것으로 점쳐진다. '주주 제안권'을 통해 삼성을 괴롭히겠다는 전략이다. 만약 삼성물산이 이를 받아드리지 않을 경우 합병무효 소송 등을 또 다시 제기하며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맞물려 반삼성 감정을 품은 일부 시민단체를 동원해 압박 수위를 높일 공산도 다분하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의 맷집이 어느 정도일지 지켜볼 일이지만 반삼성 감정을 부추기는 식으로 여론 모으기 작업을 펼친다면 오래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며 "속이 뻔히 보이는 엘리엇에 삼성이 뚫린다면 다른 기업들도 외국자본에 줄줄이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데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엘리엇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반대하며 연일 삼성물산을 상대로 강공을 펼치고 있지만, 어쩌면 애초부터 이번 합병에는 관심조차 없었을 수 있다"면서 "엘리엇의 속셈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과거처럼 목표 투자수익만 삼키고 홀연히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