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주명부 이름 없는 엘리엇... "특례법상 주주제안권 행사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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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최근 삼성물산 측에 현물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 수정을 요구한 가운데, 엘리엇이 이 같은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상법상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3일 한국공인회계사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주주제안권 행사 문제가 새로운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주주제안권이란 일정 요건을 갖춘 소수주주가 주주총회 자리에서 의제 또는 의견을 제안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확보한 3대 주주다.

    엘리엇은 이미 삼성물산 측에 주식자산 일부를 현물배당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현물배당을 다른 말로 하면 재산배당이다. 대부분의 배당은 현금배당이지만 비화폐성 자산으로 현물배당을 실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문제를 다룬 상법 규정을 보면 일반규정과 특례조항이 서로 맞서고 있다. 일반규정으론 엘리엇의 주주제안권 행사가 정당하지만 특례조항을 대입하면 부당한 요구가 되는 식이다.

    먼저 일반규정에선 상법상 의결권이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 모두에게 주주제안권이 부여된다. 엘리엇 역시 자격을 갖게 되는 셈이다. 의결권 없는 주식의 대표적 예는 기업 스스로가 보유한 자기주식이다.

    하지만 상법 542조의 6에는 소수주주권에 대한 특례조항이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려면 해당 회사 주식을 6개월 전부터 계속 갖고 있었어야만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엘리엇의 경우 주주제안권 행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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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업계 안팎의 시각은 대체로 한결같다. 일반규정과 특례조항이 교차할 경우, 특례조항을 우선 적용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서울지역 한 변호사는 "보편적으로 일반조항보단 특례조항을 앞서 적용, 해석한다"면서 "그러나 판단은 재판부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외적인 상황이 나올 순 있다"고 말했다.

    엘리엇은 이와 같은 '자격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주제안권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는 삼성과의 신경전을 오래 끌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만약 삼성물산이 요구를 받아드리지 않을 경우 주주총회 결의 취소나 합병무효 소송 등을 제기하며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합병이 성사된다면 엘리엇은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를 통해 삼성물산에게 보유주식을 팔 수 있다. 이때 주식 매수가격은 엘리엇과 삼성물산간 협의에 의해 결정된다.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까지 엘리엇은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그럴사한 합병 반대 논리를 내세우며 묻지마식 소송을 진행하는가 하면 '삼성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대다수가 현금배당을 택하는 이유는 현물배당을 통해 자산이 줄어들게 되면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 성장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엘리엇은 목표 수익을 얻기 위해 삼성을 공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압박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