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고용량·고밀도 전지용 음극소재 개발 성공

삼성전자가 고용량·고밀도 전지를 만들 수 있는 음극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25일 고결정 그래핀(Graphene) 코팅 실리콘 음극소재 기술을 개발해 일반 리튬이온 전지보다 2배에 가까운 에너지밀도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지금까지 전지 용량을 늘리는 데만 집중해왔던 기술개발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리튬이온 전지는 1991년에 최초로 상용화된 이후 음극이나 양극 소재의 한계로 인해 전지 구조 최적화를 통한 용량 개선 중심으로만 개발이 이뤄져왔다. 그럼에도 용량은 초창기에 비해 2배 정도 커지는데 그쳤다.

고용량, 고밀도 전지를 필요로 하는 모바일 기기와 전기자동차 시장도 이와 맞물려 발전 속도가 더뎌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근본적으로 용량을 혁신할 수 있는 고용량 전지소재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음극 소재인 흑연보다 10배 이상 용량을 높일 수 있는 소재 후보로 실리콘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다만 실리콘은 전지의 충방전이 반복되면서 수명이 급격히 저하되는 기술적 난제를 품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이 같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고용량, 고내구성 음극소재를 개발해냈다.

연구진은 물리적 강도와 전도도가 높은 그래핀을 세계 최초로 실리콘 표면에 성장시켰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로 이뤄져 있으며 원자 1개의 두께로 이루어진 얇은 막을 말한다. 충·방전 도중 부피 팽창에 따른 구조 붕괴를 막을 수 있도록 그래핀을 갖는 구조의 소재끼리 서로 합성해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낸 것이다.

특히 부피가 팽창될 때 그래핀 보호층이 미끄러져 내구성을 향상시키는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 소재는 흑연 대비 4배의 용량을 가졌으며 이를 통해 상용 리튬이온전지에 적용하면 2배에 가까운 에너지밀도를 구현할 수 있다. 관련 기술은 미국, 유럽, 중국, 한국 등에 총 5건이 특허 출원됐다.

아울러 이번 연구성과는 25일 과학저널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에 게재됐다.

논문의 제1저자인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손인혁 전문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고결정 그래핀의 신규 합성법을 고용량 실리콘 음극에 적용해 리튬이온전지 소재 성능을 크게 향상한 결과"라며 "모바일 기기와 전기자동차 시장의 확대에 맞춰 2차전지 기술을 지속적으로 혁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또 나노미터(㎚=10억분의1ｍ) 규모에서 그래핀 내의 포논(phonon) 특성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이는 25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에 '나노미터 규모에서의 그래핀 포논 제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