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5년 조사걸쳐 과징금 773억 제재
  • ▲ 세계 곡물과 사료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카길ⓒ카길 블로그 캡처
    ▲ 세계 곡물과 사료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카길ⓒ카길 블로그 캡처


    초대형 담합사건이 또 드러났다.
    이번엔 10조2000억원이 넘는 국내 사료 시장을 타깃으로 한 국내외 배합사료업체들의 짬짜미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일 국내 배합사료시장에서 가격 담합을 한 카길애그리퓨리나, 하림홀딩스, 팜스코, 제일홀딩스 , CJ제일제당 등 11개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773억 34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배합 사료시장에서 43%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 업체는 2006년 10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4년간 총 16차례에 걸쳐 돼지, 닭, 소 등 가축별 배합사료의 평균 인상·인하폭 및 적용시기까지 담합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11개 업체는 카길애그리퓨리나 하림홀딩스(옛 선진) 팜스코, 제일홀딩스(옛 제일사료) CJ제일제당 대한제당 삼양홀딩스(옛 삼양사) 한국축산의희망서울사료 우성사료 대한사료 두산생물자원 등이다.

  • ▲ 업체별 과징금ⓒ자료=공정위
    ▲ 업체별 과징금ⓒ자료=공정위

     

    이들 업체는 대표이사나 부문장들까지 나서 조직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담합을 벌여왔다.

    사장급은 주로 골프장에서, 임원과 축종별 실무진들은 골프장과 식당 등지에서 구체적인 가격정보를 상호 교환한 뒤 이를 활용해 자사의 가격 인상·인하 폭 및 시기를 결정하는 형식이었다.

    원료공동구매로 인한 비슷한 경영환경에 있는 이들은 사료협회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활동하며 교류를 맺어왔다. 또 대부분이 특정대학 선후배 사이이거나 같은 회사에서 함께 근무한 경험도 있어 친목과 담합의 경계도 없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유사한 시기에 일정한 범위 내에서 가격수준을 유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2006~2008년, 2010년 등 총 11번의 가격 인상시 카길 등 매출액 상위 업체가 선도적으로 가격을 올리면 나머지 업체들도 며칠 뒤 똑같이 뒤따랐다.

    2009년 5번의 가격 인하 때도 마찬가지였다. 농협이 선도적으로 가격을 내리자 마지못해 따라오던 이들 업체는 거의 동시(2~3일내)에 가격을 내리되 농협 가격 인하폭보다는 대부분 적게 인하했다.

    이들은 합의한 범위 안에서 가격 인상·인하가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각 사의 품목별 기준가격표(공장도가격표)를 가격 변경 후 서로 공유하기도 했다.

  • ▲ 친목과 담합의 구분도 없었던 사료업체들의 짬짜미 행태ⓒ자료=공정위
    ▲ 친목과 담합의 구분도 없었던 사료업체들의 짬짜미 행태ⓒ자료=공정위


    5년여에 걸쳐 조사를 벌인 공정위는 이들의 치밀함에 혀를 내둘렀다.

    닭고기와 설탕 밀가루 담합 등으로 이미 공정위의 조사를 받아본 적이 있는 하림과 대한제당, 삼양사, CJ 등은 가격관련 모임에서는 전화 등을 통해 일정을 통지할 뿐 모임 일정 및 결과 등에 대한 일체의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담합행위는 모두 구두로 은밀하게 진행했으며 합의서는 물론이고 정황자료도 거의 남기지 않았다.

    한편 가장 많은 24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카길측은 입장자료를 통해 "어떠한 가격 담합이나 이로 인한 고객 피해도 없었다"며 법원 항소를 포함한 다양한 대응방안을 신중히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소, 돼지의 경우 사료 값이 축산농 전체 생산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그동안 축산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며 "이번 담합 적발로 인해 정당한 가격이 형성되면 궁극적으로 국내축산물의 가격 안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