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금보험의 재보험계약 당시 중개 브로커가 문서 위조 등 사기행각 벌여한화손보 "간사사인 흥국화재가 모든 업무 주도…책임져야"흥국화재 "한화손보는 주의 의무 지켰나…간사 업무 부실 없었다"흥국화재, 한화손보에 88억 배상하고 항소 포기 합의

  • 한화손해보험과 흥국화재 간에 벌어지고 있는 선수금환급보증금보험(이하 선수금보험)의 재보험 손해에 관련된 책임을 둘러싼 분쟁이 양측의 합의로 종결됐다.

    흥국화재는 지난 30일 한화손보에 88억을 배상하고 항소를 포기한다고 공시했다. 지난 5월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선수금보험의 컨소시엄 간사회사인 흥국화재에 재보험 손해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약 123억5000만원을 한화손보에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흥국화재는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였다. 

    이렇게 두 보험사가 소송까지 가게 된 시발점은 지난 2008년 흥국화재가 오리엔트조선이 맡은 선박건조 계약에 관한 선수금보험을 한화손보와 공동으로 인수하면서 부터다.

    선수금보험은 선박을 계약할 때 선수금을 조선사에 지급한 구매자가 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면, 선수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상품이다.  

    흥국화재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보험금 규모가 큰 선수금보험계약의 일부를 한화손보에 넘겼고, 컨소시엄 간사사를 맡아 위험 분산을 위한 재보험사 계약 등 주된 업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영난에 빠진 오리엔트조선이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되면서, 흥국화재와 한화손보는 막대한 선수금을 보험금으로 지출하게 됐다. 

    이에 더해 흥국화재의 주도로 가입한 선수금보험의 재보험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두 회사 모두 재보험금도 받지 못하는 형편에 몰렸다. 

    흥국화재 관계자는 "카자흐스탄 재보험사를 연결해준 BIS 보험중개사의 브로커가 재보험가입 증서와 가입조건을 위.변조하는 등 사기를 저질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기를 적발한 후 바로 사기피의자를 형사고발했고, 재산 추심을 통해 손해액 일부를 보존 받았다. 사기 피의자는 지난 2008년경 형사입건됐다"며 "카자흐스탄 재보험사를 상대로 재보험금 청구소송을 영국 런던 법정에 제기해 800만 달러(현재 환율로 약 90억원)를 회수했다"고 말했다.  

    재보험 가입 당시 중개 브로커가 계약 문서 위조 등 사기 행각을 벌였으며, 흥국화재는 이러한 범죄에 대해 최선을 다해 해결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화손보는 컨소시엄 간사사인 흥국화재가 재보험 계약에 있어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198억8792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지난 2013년 7월 제기했다.


  • 한화손보는 간사사인 흥국화재가 전면적인 책임을 져야 하며, 1심 판결도 흥국화재의 책임을 약하게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보통 이런 공동보험은 간사 회사가 모든 사안을 진행한다"며 "재보험사 선정도 당연히 흥국화재가 담당했으니,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화손보는 선수금보험에 참여했을 뿐, 모든 업무를 흥국화재가 주도했기 때문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전면적으로 배상해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흥국화재는 자신들이 간사사로서 선수금보험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간 것은 사실이나,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흥국화재 관계자는 "흥국화재가 선수금보험을 맡아 80%를 보유하고 20%는 한화손보에 넘겼다"며 "간사사로서 행정과 재보험 계약 심사 등 주된 업무를 수행한 것은 맞지만, 그 때문에 손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다른 문제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브로커의 사기행각 때문에 재보험에서 사고가 났지만 간사 업무를 소홀히 한 것은 없다"며 "참여사인 한화손보도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으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라고 밝혔다. 

    선수금보험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한화손보도 재보험 계약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책임이 있기에 항소를 결정했다는 뜻이다.

    이렇듯 양 보험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지만, 흥국화재가 지난 30일 항소를 포기하고 한화손보에 88억을 배상한다고 공시해 분쟁이 마무리됐다.

    흥국화재는 간사사로서 책임을 인정해 손해배상금을 지불했고, 한화손보는 1심 판결보다 더 적은 금액을 받는 선에서 양측이 합의한 것이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재판이 진행된다고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하지 않았겠느냐"며 합의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