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P' 계좌 자동 '생성-탈퇴' 가능한 '자동가입 제도' 마련돼야
  • ▲ 보험연구원.ⓒ보험연구원 제공
    ▲ 보험연구원.ⓒ보험연구원 제공

    퇴직연금의 사각지대에 있는 자영업자를 위해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를 자동으로 생성시키고, 탈퇴 옵션을 제공하는 자동가입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험연구원 오승연 연구위원은 5일 '행동경제학 개념의 보험 적용 사례와 활용 방안'에서 이같이 밝히고 경제 주체들의 비합리적 행위를 설명하는 행동경제학에 토대를 둔 보험 정책 사례를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퇴직연금 저축률을 높이기 위해 행동경제학의 현상유지편향을 적용한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저축(Save More Tomorrow)'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현상유지편향은 현재 상황이 특별히 나쁘지 않다면, 사람들이 변화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해 현상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

    행동경제학을 체계화시킨 리처드 탈러 교수는, 퇴직연금 저축률을 높이기 위해 근로자의 납입금을 임금 상승과 연동하도록 Save More Tomorrow를 설계했다.

    이 프로그램은 80%의 근로자가 참여해 소득대비 저축률을 3.5%에서 13.6%로 끌어올렸다. 임금이 상승한 시점에서 납입액이 증가하지만 소득 감소가 없어 근로자의 현상유지편향을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현상유지편향 외에도 어떤 선택이 좋은지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초기 설정(초깃값)을 바꾸지 않는 초깃값 효과도 보험 정책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예컨대 소비자는 보험에서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손실 금액의 일부를 소비자가 부담하는 본인부담금 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저스틴 시드노어 교수는 지난 2006년 미국의 주택보험 가입 사례를 분석해 소비자의 높은 본인부담금 지불 회피 성향을 밝혀내기도 했다. 

    오승연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이러한 소비자의 특성에 맞춰 실손보험의 본인부담금 초기 옵션을 제시해, 본인부담금 비율과 그에 연동되는 보험료를 스스로 설계한다면 본인부담 회피 성향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현상유지편향과 초깃값 효과는 우리나라 퇴직연금 가입과 운용과정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노후소득 보장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자영업자에게 IRP계좌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방안과 함께,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을 운용할 때 옵션 선택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디폴트 옵션을 제공해 현상유지편향과 초깃값 효과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다른 운용방식을 지정하지 않으면 퇴직연금 운용사가 자체투자전략에 따라 자산을 운용하는 제도다.

    오승연 연구위원은 보고서 말미에 "디폴트 옵션을 도입한다면, 운용사의 개입이 고객의 사유재산권에 반할 수 있어 이를 검증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