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공급처 확보 VS 가격 변동성 커 위험부담 커질 수도"국제유가 바닥, 상승기 도래시 팔수록 손해보는 구조 될 가능성 커" 지적
  • ▲ ⓒ정상윤 기자
    ▲ ⓒ정상윤 기자

     

    한국석유공사가 최근 4차년도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낸 가운데, 계약기간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을 결정하면서 입찰 참여 정유사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알뜰주유소 유류공급 계약기간이 두 배 늘면서 입찰을 앞둔 정유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알뜰주유소 공급사로 선정되면 2년 동안 안정적인 제품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매일 바뀌는 석유제품 시장 가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2년이라는 긴 계약기간이 오히려 위험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알뜰주유소 공급 업체는 싱가폴현물가격(MOPS. Mean of Platt's Singapore)을 기준으로 MOPS±α를 산정해 가격을 정하게 된다. MOPS 가격이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유류공급사가 이익을 낼 수 있지만, 지난해처럼 유가가 반토막 나는 등 요동을 칠 경우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위험성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정제마진이 배럴당 8달러 수준을 상회하면서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2년이라는 긴 계약기간의 위험부담을 굳이 떠안고 알뜰주유소에 참여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내수든 수출이든 안정적인 공급 판로만 확보 돼 있다면 알뜰주유소에 입찰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향후 정유업계 업황을 예측하기 힘든만큼 대부분의 정유사들이 이번에도 모두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전했다.

    장기 계약기간으로 인한 리스크 외에도 계약 기간 연장은 정유사업자들에게 최대한 균등하게 제공해야 할 공급기회를 박탈하는 처사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잇따랐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뜰주유소 제도 도입부터 이번 2년 연장까지 공사가 정유업계의 목소리에 한 번도 귀를 기울인 적이 없다"면서 "계약기간을 2년으로 연장한 것은 당장 내일 시황도 예측하기 어려운 정유업계가 처한 현실을 외면한 독단적인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매년 알뜰주유소 입찰 시즌이 되면 이와 관련한 이슈가 터져나오고 알뜰주유소에 관한 비판적인 뉴스들이 쏟아져나와 공사 입장에서는 귀찮았을 것"이라면서 "알뜰주유소는 분명 기름값을 낮춰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탄생했는데, 계약기간을 2년으로 연장하는 것이 소비자 혜택과 어떤 관련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알뜰주유소는 지난 2012년부터 1부시장과 2부시장을 나눠 유류공급사를 선정해오고 있다. 1부시장에는 국내에 저유시설과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전국에 직접 유통할 수 있는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가 참여할 수 있다. 이 중 2개사가 공급사로 선정되며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을 알뜰주유소로 직접 유통하게 된다. 현대오일뱅크가 3년 연속 1부시장 공급사로 선정된 바 있으며,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은 각각 한 번씩 공급사로 결정됐었다.

    2부시장은 매달 10만배럴 이상의 석유제품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1개사가 선정되며 최근 한화토탈로 간판을 바꿔 단 삼성토탈이 3년 연속 2부 시장 공급자로 선정된 바 있다. 올해 2부 시장에서도 한화토탈이 공급자로 선정될 경우, 한화는 지난 1999년 경인에너지를 매각한 지 16년 만에 사실상 정유사업에 재진출하게 된다. 

    한편 전국 알뜰주유소 수는 지난 2012년말 844개, 2013년 말 1031개, 2014년말 1136개, 올 5월 말 기준 현재 1146개로 집계됐다. 석유공사는 오는 17일 알뜰주유소 4차년도 유류공급사를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