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호재에 급등 증권株, 쏟아지는 대내외 악재에 급락 중"다시 위험에 대비할 시기" VS "실적 개선세 지속, 저가매수 시점"
  • 지난봄 화려하게 부활했던 증권주가 짧은 상승기를 마치고 다시 암흑기로 돌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로 금융시장의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중국증시의 폭락과 정책실망감까지 악재가 겹되며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 23일 장중 2945.09를 기록, 연중 최대치를 기록하며 3000포인트 돌파를 눈앞에 두기도 했던 증권업종지수는 이후 하락세를 지속해 지난 7일 2341.34로 마감했다.


    2개월여 만에 20.5%를 까먹은 것이다.


    KDB대우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 역시 증권업종지수의 흐름과 비슷하다. 이들 주가 역시 증권업종지수가 고점을 찍었던 지난 4월 23일을 기준으로 모두 20% 가량 하락했다.


    올해 2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증권주는 호재가 이어졌다. 지난해 대다수 증권사들이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상황에서 지수가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 3월 12일의 경우 하루 거래대금 9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3년 1개월 만에 9조원을 돌파하는 등 시장에 온기가 돌았다. 거래대금 증가는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수수료수익 확대로 이어져 증권사들의 전체 이익 개선 기대감도 높였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채권보유익 역시 증가하며 뚜렷한 실적개선세를 보였다. 중소형사의 경우 극단적으로 저평가된 밸류에이션 상승이 기대된다는 전망도 나오며 증권업종 전반에 긍정적 이슈가 이어졌다.


    그러나 짧은 호재 뒤에 곧바로 악재들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큰 악재는 그리스로, 여전히 한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 직격탄을 쏟아붓고 있다. 현재 그리스 사태가 전면적인 디폴트(채무 불이행)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가 휘청이고 있고, 이는 곧바로 증권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최근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가 불거짐에 따라 증시가 다소 조정을 받던 상황에서 큰 악재가 터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증시가 당국의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달 동안 28% 급락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 증시의 거품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며 국내 증시까지 위협하고 있다.


    주요 외신은 중국경제가 하강 압력에 직면, 투자 및 수출을 기반으로 한 고성장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고 보고 있어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해외발 악재와 함께 국내 정책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달 29일 정부가 해외투자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며 증권주 투자심리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에 따라 이르면 10월부터 비과세 해외펀드 판매가 가능할 전망이지만 정작 업계는 이 펀드가 인기를 끌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해외펀드를 신규 펀드로 제한하고 납입한도 역시 3000만까지 축소하면 인기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절세효과를 받기 위해서 기존 해외펀드 가입자들의 갈아타기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신흥국 증시는 이미 많이 오른 반면 미국 금리인상, 그렉시트 등 대외변수가 정점을 찍고 있어 해외펀드들의 수익률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결국 증권업종은 짧은 호재가 지난 뒤 크고 긴 악재들이 이어지고 있는 형국으로 하반기 전망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현대증권은 "남은 6개월 내에 인류 역사상 최대규모의 유동성 환수가 시작된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공급전 수준으로 달러 회수가 진행되면 약 3800조원이 미국으로 돌아간다"며 "중국 자본시장에 달러 유동성이 지난 7년간 약 830조원이 공급됐고, 최근 중국 증시 폭락이 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증권사들은 금리, 환율, 주가지수 급변 상황에 대한 행동요령을 갖춰야 한다"며 "최소한의 자원이라도 분배해서 최대의 위험을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만 증권사 실적호조세가 지속되고 있고, 하반기 증시 전망 자체는 긍정적인 만큼 투자 측면에서는 증권주가 저가매수 시기에 진입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최근 그리스 등 대내외 악재로 주가가 하락했지만 국내 증권사들의 기초체력에는 변화가 없어 다시 복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