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삼성물산 합병 찬성해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엣 미니지먼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학계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이지환 KAIST 교수는 10일 '주간 하나금융 포커스'에 실린 '주주행동주의와 지배구조 분쟁'이라는 기고문에서 "엘리엇 같은 헤지펀드는 주주행동주의 확산을 십분 활용,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을 대상으로 법적 공세와 여론몰이를 통해 고도의 압박을 가하는 전문세력"이라며 "스포츠에 비유하면 '스타급 선수'들"이라고 밝혔다.
 
이지환 교수는 "이들이 지향하는 자본차익 극대화 혹은 다른 형태의 사적 요구 관철이 주주가치 보호라는 명분으로 포장되고 정당화되는 것은 본연의 주주행동주의가 도를 넘어 남용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당초 투자하고 있던 기업의 경영활동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이 아니라, 합병과 같은 중대한 이슈가 막 발생했거나 곧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에 급작스럽게 거액 투자를 한 뒤 그 지위를 이용해 압력을 행사하는 것도 결국 빠르게 기회를 포착, 단기 자본차익을 올리기 위한 고도의 투자행위"라고 설명했다.

이날 연합뉴스는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위원 중 한명인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오정근 교수는 학자 개인 의견이라는 점을 전제로 "국민연금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중·장기적 영향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경제 차원에서 봤을 때,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외국의 투기자본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며 "합병이 무산되면 우리나라 주력 기업들이 대거 벌처 펀드의 공격에 노출되고, 경영권 방어 때문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한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에 대해서는 "자산을 보면 삼성물산이 많지만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사업 전망이 밝지 않고 제일모직은 레저, 패션, 바이오 등 미래지향적 사업을 갖고 있다"며 "미래 가치로 봤을 때는 1대 0.35라는 합병 비율이 무리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도 삼성그룹과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의 대결 구도 속에서 국민연금이 삼성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장섭 교수는 "국민연금에는 '국민'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삼성이 무엇인가 잘못한 것이 있더라도 그간 국민 경제에 이바지한 바가 많고 앞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라며 "삼성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국민연금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요한 결정은 국민연금이 직접 내려야 한다"며 외부 인사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관한 의사 결정권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