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재편 용이, 지주회사 규제 완화, 세제 혜택 등 반영
  • ▲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이 원샷법 건의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이 원샷법 건의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DB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이 발의되면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들의 수혜가 관측된다. 지주회사에 대한 제한 요건과 규제 유예기간이 완화되면서 이를 통해 사업 구조조정 및 지배구조 변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14일 KB투자증권은 보고서를 내고 "원샷법이 국회에 발의됨에 따라 지주회사에 대한 투자의견 '비중확대(Overweight)'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또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예상되는 기업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현재 의원 등 27명의 의원은 지난 9일 원샷법 제정안을 발의, 지난 13일에는 그 원문이 공개됐다. 이번에 발의된 원샷법 제정안에는 지난달 정부가 공개한 초안의 내용이 대부분 반영됐다.

    정부는 2015 경제정책방향에 기업이 인수합병(M&A) 등 사업재편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하나로 묶어 한 번에 해결하고자 원샷법을 추진하고 있었다. 정부는 연내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 시키고, 늦어도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려는 기업이나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이 예상되는 기업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주사는 향후 사업재편지원 특별법이 최종 제정될 경우 더욱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사업 재편 용이, 지주회사 규제 완화, 세제 혜택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당장 내달 합병을 앞둔 SK 합병지주회사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SK그룹은 SK C&C와 SK㈜를 흡수 합병키로 했다. SK C&C가 신주를 발행해 SK의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합병기일은 오는 8월1일이다.

    김한이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샷법 내용에 포함된 자회사 공동출자 허용은 공동출자 금지 요건 때문에 M&A를 시도할 수 없었던 법정 지주회사 체제에 속한 기업들의 M&A를 활성화 시킬 것"이라며 "SK 합병지주회사 역시 이 법안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기존 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의 분할 가능성 등 후속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시장에서 자꾸 회자되면서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자사주 매입으로 일각에서는 지주회사 분할 후 SK와의 합병설이 제기되고 있기 떄문이다.

    또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 이야기도 재차 조명을 받고 있다. 현재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의 법정공방을 진행 중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이후 그룹 내에서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지배구조 하단에 위치한 삼성SDS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의 합병으로 3세 경영체제를 강화할 것이란 기존 시나리오도 원샷법 통과에 따라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시장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11.25%)을 매개로 그룹 내 주력사인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 합병설이 제기됐다. 이 부회장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의 지분은 0.57%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 5월 초 지배구조 개편 논란에 당분간 지주사 전환은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원샷법의 통과 유무에 따라서는 행동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삼성을 비롯한 현대차, 한화, 롯데 등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그룹사들이 원샷법 통과 이후 지주사 전환을 모색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이에 동의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 원샷법이 최종 통과된다면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 완화로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그룹들이 지주회사 전환을 모색할 수도 있다"며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에 대한 부담으로 적극적으로 기업인수합병시장에 나서지 못했던 지주회사 및 지배구조개편 관련주의 신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승인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등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이 있어야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강선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소규모 분할·합병 등으로 기업의 사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지주회사 규제 완화에 따라 지주회사 전환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승인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및 자금 지원 방법이 구체적으로 확정돼야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와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상위 61곳 중에서 지주회사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기업집단은 삼성과 현대차, 롯데, 현대중공업, 한화 등을 포함해 총 24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