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을 하회했다. 그동안 공방을 벌여 온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주식을 처분하면서 대량 매물이 쏟아질 것이란 우려 탓이다.

    28일 삼성물산은 전거래일대비 1.55%(900원) 내린 5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삼성물산 주주들이 행사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5만7234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지난 17일부터 27일까지 외국인 순매도 1위 종목에 줄곧 삼성물산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기간 동안 2284억7500만원(369만800주)어치가 내던져졌다. 이에 따라 지난 16일 6만9300원이던 삼성물산의 주가도 16.4% 하락했다.

    삼성물산의 주가가 행사가격을 계속 하회한다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가 더 많아질 수 있다. 양 사의 합병 계약에 따르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액 합계가 1조5000억원 이상이면 합병이 취소된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임시 주총 당일이었던 이달 17일부터 오는 8월6일까지다.

    이처럼 삼성물산의 주가가 속절없이 하락한 이유는 대주주인 엘리엇이 보유 중인 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는 예측 때문이다.

    아울러 전날 엘리엇이 삼성물산 실질주주증명서를 한국예탁결제원에 반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심리는 더욱 악화됐다. 삼성SDI와 삼성화재 등 다른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주주증명서도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식에 대한 처분 제한이 풀려 언제든 보유 주식을 매각할 수 있게 됐다. 이른바 '먹튀' 논란도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삼성물산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을 밑돌고 있는 만큼 엘리엇이 주식을 내다 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이득이기 때문이다. 엘리엇이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 7.12%의 평균 매수단가는 6만373원 선으로 추정된다.

    김혜련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상 결정된 반대매수청구권 가격은 주당 5만7234원으로 과거 삼성물산 주가 대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라면서도 "그러나 최근 주택담보대출 건전화 방안에 따른 정책효과 및 조선발 센티먼트 불안요인으로 인해 건설업이 전반적으로 시장 대비 시장수익률을 하회(Underperform)하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한 자금 소요를 막기 위해서는 행사기한인 8월6일까지 주가 방어를 위한 재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제일모직 역시 1.47%(2500원) 하락한 16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이번 합병안에 반대하는 제일모직 주주들이 행사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인 15만6493원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제일모직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4400억 규모의 자사주 250만주를 오는 10월 23일까지 장내 매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