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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극에 달한 '롯데 사태'에 온 국민이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결국 분란의 씨앗은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지분을 매집하며 형제간의 '균형'을 '파기'한 신동주 롯데그룹 홀딩스 전 부회장에게 있다는 시각이 흘러나오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일찌감치 두 아들의 '평화'를 위해 한국과 일본의 각 계열사 지분을 엇비슷하게 갖도록 하면서 '장남은 일본, 차남은 한국'이라는 형태로 각자 경영을 해오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여타 그룹들과 달리 오너 일가의 지분 등 지배구조 변화가 거의 없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 2003년 이후 10년 간 유지됐던 두 형제 간 지분율에 변화가 시작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동주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해 4월 한국 롯데제과 주식 550주가량을 사들인데 이어 다음달인 5월 롯데제과 주식 570주를 사들였다. 롯데제과는 그룹 지주사 격인 롯데쇼핑 지분 7.9%를 보유하고 있어 롯데그룹 지배구조상 핵심기업으로 분류된다.
게다가 지난 한해만 여섯 번째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신 부회장은 2013년 8월부터 한 달 간격으로 10억원어치의 롯데제과 지분을 매입했다. 그 결과 신 부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율은 3.85%로 신동빈 회장(5.34%)과의 지분 격차가 1.86%에서 1.49%로 좁혀졌다.
세간의 시선이 형제 간의 경영권 분쟁 조짐으로 좁혀지자 당시 롯데그룹 측은 '개인적인 투자'일 뿐이락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재계는 신 전 부회장이 지분확대에 나서 지분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들 형제의 지분이 엇비슷해 승계구도를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웠다"며 "신 전 부회장이 계속 지켜보다가 신격호 총괄회장이 고령으로 접어들어 경영승계 조짐이 보일 때 경영권 경쟁에 신호탄을 보낸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지분 매입을 통한 분란이 지속됨에 따라 일각에선 장남이 식품 계열을, 차남이 유통계열을 승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 신격호 체제 유지···두 아들 평화 위한 것
'장남은 일본, 차남은 한국' 체제 깨지며 '막장극'으로
그럼에도 한동안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신격호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분위기였다.
신 총괄회장은 두 아들을 포함한 임직원에게 제왕적으로 군림해온 '황제경영'의 적폐 아래, 신 총괄회장이 후계자를 정하기 직전까지 두 아들 사이의 '평화'를 유지하려는 숨은 경영전략을 보였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은 불문율을 깨고 산하 주요 기업의 주식을 사들였고, 신 회장의 분노를 사게 돼 결국 일본 롯데 주요 인사에서 모두 해임됐다는 게 롯데안팎의 시각이다.
형제 간의 상반된 '경영성적표'도 신격호의 반감을 높이는 데 주효했다. 일본 롯데와 한국롯데의 규모는 약 20배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2013년 기준으로 한국 롯데그룹은 83조 원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일본 롯데는 5조원에 그치고 있다. 또 일본 롯데는 '200대 기업' 사이를 오가는 수준이지만 한국 롯데는 재계 5위에 올라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장남이 지분 균형을 깨고 결국 모든 자리에서 해임되면서, 그간 각자 경영을 하던 체제가 완전히 무너지게 됐다"며 "형제간의 다툼은 현재 총수 일가의 저질·막장 드라마로 치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그룹의 한국과 일본 양쪽 사장들이 잇따라 동생 신동빈 회장 지지를 선언하면서 신 회장을 지지하는 여론은 보다 확산되고 있다. 이는 이번 경영권 분쟁이 아버지에게 호소하는 것만이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곳곳에서는 롯데그룹이 쌓아온 대국민 이미지를 인식해 하루라도 빨리 수습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가 경제 발전을 돕기 위해 롯데는 이번 사태를 조속히, 현명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며 "특히 '후계자'가 아닌 '경영인'의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