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오지급 사태로 거래소 리스크 전면 부각가격 급변·당국 점검까지 … 후폭풍 확산직접 책임은 거래소, 관리 부담은 은행으로3월 재계약 앞두고 실명계좌 구조 재점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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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대규모 오지급 사고가 KB국민은행과의 실명계좌 동맹에도 균열을 내고 있다. 사고 책임은 거래소에 있지만, 제휴 구조상 리스크가 전이되며 3월 만료되는 양측 계약이 조건부 연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빗썸과의 실명계좌 제휴 계약 연장을 전제로 내부 점검과 함께 재계약 조건을 재검토하고 있다. 연장 자체에는 사실상 공감대를 이뤘지만, 최근 발생한 오지급 사고로 관리·통제 조항을 대폭 강화하는 식의 세부 조건을 둘러싼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KB 내부 소식에 정통한 고위 관계자는 "(빗썸 사고 이후) KB 내부에서는 기존 조건 그대로의 연장은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결별보다는 관리·통제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의 재계약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앞서 빗썸은 직원 실수로 이벤트 보상 과정에서 비트코인 62만개(약 60조원 규모)가 오지급되는 사고를 겪었다. 해당 물량 일부가 실제 거래로 이어지면서 가격 변동과 이용자 혼란이 발생했고, 금융당국도 사고 직후 전산·내부통제 전반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빗썸은 매도 손실 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거래소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 훼손은 불가피했다는 평가다.법·제도적으로 보면 이번 사고의 1차 책임 주체는 빗썸이다. 특정금융정보법과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상 은행은 원화 입출금 계좌 제공자일 뿐, 가상자산의 발행·지급·정산을 책임지는 주체는 아니다. 이 때문에 KB국민은행이 직접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은 낮다.그럼에도 실질적인 부담은 은행으로 이동하고 있다. 실명계좌 제휴는 단순한 계좌 제공을 넘어 자금세탁방지(AML)와 함께 거래소의 운영 리스크를 일정 부분 관리하는 구조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거래소–1은행' 체제에서는 거래소 사고가 곧바로 은행의 평판 리스크로 전이된다.이에 따라 KB는 재계약 과정에서 ▲전산·내부통제 점검 주기 단축 ▲사고 발생 시 즉각 보고 의무 ▲은행의 계좌 기능 제한 권한 명문화 ▲중대 사고 발생 시 계약 재검토 또는 해지 조항 강화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는 재계약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은행의 관리 권한이 확대되는 '조건부 동맹'에 가깝다는 평가다.양측의 결별 가능성은 낮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빗썸은 국내 2위 거래소로 이용자 규모와 거래량이 크고, 현행 제도하에서 대체 은행을 찾기도 쉽지 않다. KB 역시 빗썸 고객 예치금과 향후 법인 가상자산 투자 허용에 따른 사업 기회를 고려하면 제휴 단절은 부담이 크다.KB와 빗썸의 제휴는 양측 모두에게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왔다. 지난해 3월 빗썸이 NH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제휴 은행을 변경한 이후 국민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한때 3조원 이상 증가했고, 'KB스타뱅킹' 월간활성사용자(MAU)도 전년 동기 대비 약 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층과 가상자산 투자 수요를 중심으로 신규 고객 유입 효과가 분명했다는 평가다.여기에 더해 올해 1분기 중 영리법인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실명계좌 발급 허용이 예고되면서, KB와 빗썸 제휴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금융과 법인 고객 기반을 갖춘 국민은행과의 협력 관계는 향후 법인 가상자산 거래 시장 선점 측면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1거래소–1은행' 원칙 완화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거래소 리스크가 단일 은행에 집중되는 구조적 한계가 다시 부각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는 가운데, 은행권 안팎에서는 다자 은행 체제 논의가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재계약의 핵심은 연장 여부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의 주도권"이라며 "빗썸 사고는 KB가 실명계좌 제휴를 단순 거래 관계가 아닌 관리 계약으로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