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 못하는 신동주=日 기업 이미지 고착화 우려투명경영 보단 '폐쇄경영' 이어갈 확률 높아
  • ▲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난달 28일 입국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난달 28일 입국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신 전 부회장이 롯데를 장악하게 된다면 한국 경제에 불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이 지휘하는 한국롯데는 현재 계열사 80개, 총자산 92조원, 종업원 12만명을 거느린 기업으로 재계 5위에 올라 있다. 유통·식품·건설·석유화학에서 금융까지 한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의 일본롯데는 2013년 기준으로 한국 롯데그룹의 절반도 안 되는 37개에 불과하다. 매출도 5조원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신동빈 회장이 롯데를 지휘하는 수장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까진 신 회장이 롯데를 장악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신 회장이 경영능력 평가에서 앞서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진들이 '친신동빈파'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15일 신동빈 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28일엔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있던 신 총괄회장을 사실상 퇴진시키는 등 신 회장에게 힘을 실어준 세력이 바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구성원들이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롯데를 장악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의결권은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가 대표로 있는 자산관리회사(광윤사)가 지분 33%를 갖고 있고 나는 2%에 못 미치지만 32%의 종업원 지분(우리사주 등)을 합치면 3분의 2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장남인 신동주 한국롯데그룹의 회장으로 임명함'이라는 신 총괄회장의 자필 서명이 담겨있는 임명장이 공개되면서 '신 전 회장의 롯데'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본지는 신동주가 장악한 한국롯데의 모습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재계 안팎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 차질…경영혼선 빚어질 것

    먼저, 한국롯데의 수장이 바뀐다면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유통·소비재 중심인 롯데그룹의 매출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롯데는 △제2롯데월드의 성공적인 안착 △올 연말 만료를 앞두고 있는 소공동점 면세점 연장 △진행중인 인수합병(M&A) 문제 △신 성장동력 모색 등 당면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외에도 현재 롯데는 2018년까지 매출을 두 배로 늘리고 아시아 톱10 기업에 오르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7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채용 인원도 지난해보다 늘어난 1만5800명으로 정했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이 '향후 먹고 살 것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나가야 하는데 수장이 바뀐다면 기존 시스템이 전면 교체될 것이고 경영 혼란을 빚을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이거나 목표로 했던 사안은 모두 재검토 대상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만약 예정대로 기존의 사업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이 매끄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신 전 부회장이 한국롯데의 수장이 된다면 기존의 임직원들 상당수 교체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이 한국롯데가 추진 중인 사업의 실무자라는 점에서 경영혼선이 빚어질 것이란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 폐쇄경영 이어갈 확률 높아…덩치 키우지 못한 日롯데 재현될 수도

    신 전 부회장의 롯데는 보수적인 아버지 영향을 받아 폐쇄적 경영을 펼쳐 나갈 것이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창업주 신 총괄회장의 보수적인 경영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을 늘릴 때마다 자체 자금과 은행 대출만 이용했고, 일본 롯데그룹 37개 계열사 가운데 상장을 통해 기업 경영을 공개한 회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사업 영역도 식품과 유통 분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반면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고 증권사 해외지점에 오래 근무한 신동빈 회장은 기업 공개를 통한 사업 확장 등 서구적 경영에 익숙하다는게 재계의 중론이다. 이를 통해 석유화학과 렌터카 사업을 포함해 최근 10년간 35개 기업을 인수 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두 형제 간의 실적 차이를 개방 경영의 차이로 해석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06년 신 회장은 "왜 회사를 남에게 파느냐"며 못마땅해 하던 아버지를 설득해 롯데쇼핑을 상장시켜 사업 확장을 성공시킨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롯데는 상장을 통해 기업의 투명화는 물론 규모와 내실 모두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라며 "전부 비상장 회사인 일본롯데와 (한국롯데의) 규모가 차이 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신 총괄회장의 경영 방식을 많이 닮은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갖게 된다면 한국롯데 역시 상장기업은 줄고 그만큼 투명성도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더욱이 성장속도도 예전과는 달리 더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日기업'이란 이미지 '고착화' 우려

    친일 기업이란 이미지가 고착화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지난달 30일 신 전 부회장이 KBS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 공개되면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신 전 회장의 한국어 실력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신 전 부회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신동빈 회장을 직위해제 하라는 내용의 '신격호 지시서'를 공개하면서 자신의 쿠데타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가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인터뷰했다는 사실에 더 주목했다. 

    신 전 부회장의 모친이 일본인이긴 하지만 아버지 신 총괄회장이 한국인인데다 롯데그룹이 한일 양국에서 사업을 꾸리고 있다는 점에서 신 전 부회장의 한국어 실력은 의외라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이를 지켜본 언론과 국민으로부터 롯데는 한국기업이 아니라 일본인이 운영하는 일본기업이라는 강렬한 비난을 샀다.

    신 전 부회장은 뒤늦게 일본어 인터뷰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서툰 한국어로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고도 말했지만 부정적인 여론은 바뀌지 않는 분위기다.

    한 네티즌은 "국적은 한국일지 몰라도 정신은 일본인이라는 것을 스스로 밝혔다"라며 "롯데는 친일기업"이라고 단정지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우리말이 안 된다는 건데 롯데가 갑자기 먼 나라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롯데 한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은 한국어를 못한다는 사실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롯데를 이끌어가기에 한계가 있다"라며 "국민들의 인식이 좋지 않은 신 전 회장이 한국롯데의 수장이 된다면 롯데의 이미지는 땅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