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면도구, 속옷 등 임시 생활용품 구매 목적 등 '거주지' 기준 이유""내국인 이유만으로 똑같은 피해 불구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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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에 사는 B(32·여)씨는 남편과 함께 세이셸에서 신혼 여행을 보내고 에티하드항공을 이용, 아부다비를 경유해 지난 7월말 인천공항에 귀국했다. 이후 인천공항에서 본인의 수하물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수하물은 오지 않았다. B씨는 에티하드항공 측에 문의했고, 항공사 측은 "운송이 지연돼 집에 가 계시면 택배로 수하물을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B씨 수하물에는 7박8일간 사용했던 짐은 물론 다음날 출근시 필요한 물품이 들어 있었다.

    B씨는 결국 수하물없이 집으로 돌아가 짐을 기다렸지만, 수하물은 오지 않았다. 수하물은 일주일 뒤에 도착했고, 출근시 필요한 물품들을 일주일간 사용하지 못했다. 이후 B씨는 보상을 요구했지만, 항공사 측은 "거주지가 한국이기 때문에 보상이 불가하다. 규정상 외국인에게만 보상이 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국적항공사는 물론, 일부 해외항공사까지 이용객 수하물 수취 지연시 외국인에게만 보상이 진행돼, 이를 내국인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하물 수취 지연 보상금은 거주지가 없는 이들이 세면도구나 속옷 등 임시 생활용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내국인이 한국 공항에서 수하물 지연피해를 입을 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항공 업계는 대부분 수하물 지연 보상 메뉴얼에 '거주지 기준'이라는 규정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수하물 지연 보상금은 거주지가 없는 이들이 임시 생활용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하루 지연시 약 50달러(약 5만9000원) 안팎의 돈이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대다수 항공사들이 국내 거주지가 없는 외국인에게만 보상을 해주고 있다. 수하물에 중요 물품이 있을 경우 내국인도 똑같은 피해를 입음에도 말이다.

    이에 대해 수하물 지연 내국인 피해자들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짐들이 오롯이 여행 짐에 포함돼 있는데, 외국인에게만 이러한 기준을 허용하는건 옳지 않은 처사라는 입장이다.

    지연 피해를 입은 배모씨는 "7박 8일간 여행을 다녀왔는데 짐이 상당히 많았다. 수하물을 기다리는 동안 발생하는 기회비용도 있을 텐데,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수하물 수취 지연시 외국인 뿐 아니라 내국인까지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들이 호텔서 묵으면 생필품이 다 해결되는데, 그게 생필품을 위한 비용보다 분실로 인한 불편함을 준 성의금으로 봐야 하는게 아니냐"며 "항공사 측에서 수하물을 분실해 도착을 지연시키고 찾아주는게 끝이라면 서비스직종의 배상기준이 엉망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항공사 측은 수하물을 찾아 무료배송해주는 것까지가 최선이며,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항공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휴가철이고 이용객들의 짐이 많다보니 수하물 관련 민원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수하물 지연에 대해서는 모든 항공사들이 1999년 몬트리올 협약 가입에 따라 정해진 수순대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을 바꾸기란 조약 자체를 바꿔야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몬트리올 협약이란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특정 규칙의 통일에 관한 협약'으로 국제항공운송에서 항공운송인의 책임으로 사망·상해·수하물 지연 등이 발생했을 경우의 손해배상 범위에 대한 규정이다.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수하물 지연 등 '항공운송서비스'에 대한 피해구제 사례는 2011년 254건, 2012년 396건, 2013년 528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며 "항공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수하물 지연에 따른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