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들 무더기 증인 채택 최소화 해야" 하소연 "망신 주기식 국감장 소환 지양해야" 목소리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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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국감)를 앞두고 국회가 연일 시끄럽다. 대기업 총수나 CEO(최고경영자)들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여부 때문이다. 고성은 예사다. 몸싸움까지 벌어지고 있다.


    기업도 분주하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은 국감에서 있을 여야 의원들의 질문 요지를 구하기 위한 기업 대관 담당자들로 북새통이다.

     

    국회와 재계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된 대기업 총수 일가는 줄잡아 10여명에 이른다.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을 비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10여명이 거론되고 있다.


    의원들은 이들을 국감 증인석에 앉혀 '땅콩회황 사건'과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면세점 독과점 논란, 이마트 불법파견 사태 등에 대해 따져 묻겠다는 계획이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에서 기업의 잘못된 관행이나 총수 일가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지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현재 우리 경제가 중국의 경기부진과 엔저, 미국의 금리인상 예고 등으로 가뜩이나 대내외 경영 환경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7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서 열린 업무 보고 후 오찬 간담회에서 "우리가 산을 오르다 보면 마지막 한고비를 흔히 '깔딱 고개'라고 한다"며 "대한민국도 '깔딱고개'에 있다. 이 순간을 잘 넘기면 반드시 더 크게 오를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그만큼 현재의 한국 경제는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내수활성화와 경제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기업인들을 대거 불러 '귀중한' 시간을 뺏어야 하는 지 의문이 든다. 기업인 증인 채택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인에 대한 무더기 증인 신청이 국정을 감시하는 국감의 본질을 희석시키고 현안이 쌓여 있는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되레 방해할 수 있다"며 "고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호통만 치거나 망신을 주기 위해 증인으로 부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대형 태극기가 걸린 모습. ⓒ롯데물산
    ▲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대형 태극기가 걸린 모습. ⓒ롯데물산

     


    지금까지 국회의 행태를 봤을 때 이런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지난해에만 해도 그렇다. 지난해 10월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국내 최대 소셜커머스 업체 관계자 3명을 불러 놓고는 정작 질문 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았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지금이 '경제활성화의 골든타임'이라고 얘기하면서 한시가 바쁜 기업인들을 대거 국감장으로 부르는 것은 모순이다"며 "경제 회생이 시급한 상황에서 기업인들을 마구잡이로 불러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지 방해하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 아니다"며 "기업인 증인 채택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