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호실적에 반짝 상승 이후 내리막 지속코스피 하락세보다 더 가팔라…"역사적 저평가 구간"분석도
  •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어닝서프라이즈'를 시현하며 기대감을 높였던 증권주가 시장에서 다시 실망을 안기고 있다. 전문가들의 긍정적인 평가는 지속되고 있지만 주가는 뒷걸음질을 계속하고 있는 것.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 23일 2886.90으로 마감했던 증권업종지수는 지난 9일 1906.57로 마감하며 약 4개월 반 동안 33.95%가 빠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173.41에서 1934.20로 11.0%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코스피 대비 22.95%p 초과하락한 것. 그나마 9일 코스피가 글로벌 훈풍에 2% 이상 급등하면서 증권업종지수 역시 7.56% 급등하며 최근 낙폭을 상당부분 만회한 수준이다.


    이같은 최근 증권주들의 부진은 시장의 예상은 물론 증권사들의 상반기 실적과 반대의 결과로 풀이된다.


    증권사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23.2% 증가한 1조2019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2007년 2분기 1조2806억원 이후 최대 분기실적을 기록하는 등 긴 불황에서 탈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도 증권주에 주목했고, 일부는 유망주로 꼽기도 했다. 가격제한폭 확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도 증권가에 호재로 인식됐다.


    반면 5월 이후 증권주는 급격히 아래로 방향을 잡으며 동력을 잃은 모습이다.


    특히 대형사 위주의 주가급락이 눈에 띄고 있다.


    NH투자증권 주가는 5월 중 1만4000원선까지 올렸던 주가가 8일에는 800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9월 들어 주당 1만원 아래서 부진한 모습이다. 상반기 최대 영업수익을 기록했고, 회사차원의 주가부양 노력까지 있었지만 오히려 주가는 갈수록 낙폭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 신흥 강자로 떠오르며 상반기 자기자본이익률(ROE) 1위를 기록한 메리츠종금증권도 주가는 부진하다. 고점대비 하락률이 40%를 넘는다.


    키움증권 역시 인터넷은행 등 핀테크 관련 수혜를 한몸에 받고 있는 증권사임에도 불구, 고점대비 30% 이상 손실이 났다. 이밖에도 삼성증권, 현대증권, 대신증권 등 상반기 업황호조로 웃음을 지었던 증권사들도 나란히 고점대비 30% 선의 주가하락을 경험했다.


    이같은 상황이 발생하자 증권가 역시 증권주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더이상 내지 않는 모습이다.


    우선 코스피지수 자체가 저점을 뚫고 있고,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짐에 따라 거래대금 역시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3∼7일) 중 국내 증시의 거래대금(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의 합계 기준)은 일평균 7조4487억원(유가증권시장 4조3660억원·코스닥 3조82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7일의 경우 증시 거래대금은 7조원대 벽이 무너져 6조3000억원까지 내려갔다.


    이는 직전 8월의 일평균 거래대금(9조160억원)에 비하면 17.4% 감소한 것이며, 7월 일평균 거래대금(11조1763억원)과 견주면 33.4%나 급감한 수치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상반기 중에는 채권과 주식관련 이익이 골고루 발생하며 증권사들의 실적개선을 이끌었지만 3분기 들어서는 시장도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채권금리 변동폭 역시 적었기 때문에 하반기 출발이 좋지 않다"며 "외국인들의 급격한 증시 이탈 역시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금리인상은 시기의 문제일 뿐 시장은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고, 이에 따라 한국도 추가로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현재 역대 최저치(1.75%포인트)를 기록 중인 기준금리가 다시 인상되기 시작하면 증권사들의 채권 평가이익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증시침체가 계속되면 또 다시 구조조정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최악의 전망도 내고 있다. 거래대금이 업황불황 수준으로 회귀한다면 브로커리지 회생으로 반짝 호황을 누렸던 증권사들의 수익성은 다시 급격하게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주의 조정 폭이 지나치게 컸다는 분석은 여전히 우세하다. 최근 증시 급락에 따른 코스피와의 동조화를 넘어 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여전히 증권주에 긍정적인 정책이 나오고 있다"며 "역사적 저평가 구간에 진입한 증권주는 개별회사들의 수익 다각화 노력도 지속되고 있어 상승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