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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정부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동위원장 박상용·임종룡)는 우리은행 '쪼개팔기' 카드를 재확인했다. 우리은행 지분 매입에 관심을 보이는 아랍에미레이트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공사(ADIC)에 최대 10% 가량의 지분 매각 추진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앞서 공자위는 지난 7월, 30% 이상의 지분을 통째로 매각하는 경영권지분 매각이 4차례 연속 무산되자 4~10%씩 지분을 나눠 파는 과점주주 매각방식으로 선회한 바 있다.두달 전인 5월, 박상용 공자위원장이 중동 국부펀드를 만나고 온 뒤라 더욱 주목을 받았다. 대부분 10월에 임기가 끝나는 공자위원들은 마지막 작품으로 금번 우리은행 매각 성사에 사활을 걸고 있다.
#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8월 30일부터 9월 3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방문해 아부다비투자공사(ADIC)와 두바이투자청(ICD), 쿠웨이트투자청(KIA) 등 국부펀드 관계자들과 만나 우리은행 지분 매입 의사를 타진하고 돌아왔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특정 은행 매각을 위해 매수 수요자를 직접 만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이들은 아부다비측의 입장이 매우 전향적으로 바뀌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추석 연휴 내내 매각 실무협상팀은 무척 바빴다.
# 지난 9월 14일,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공적자금 원금회수가 금융당국의 의무는 아니다"다 라고 했고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은행 지분 매각 가격이 '가장 공정한 가격'인 시가보다 부당하게 낮지만 않다면 배임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금과옥조 처럼 여겨졌던 우리은행 매각의 3대 원칙인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빠른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 등의 변화를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임종룡 위원장의 답변을 유도한 이는 정우택 정무위원장이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간에 모종의 사전 교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 10월 2일, 금융위원회는 예금보험공사-우리은행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 개선방안을 발표한다. 정부가 우리은행 경영에 개입한다는 의혹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경영자율성을 제약하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혔던 판매관리비용율과 1인당 조정영업이익을 뺀다.
간판 조차 마음대로 달지 못하고 명예퇴직 등 인원 조정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실정을 고려한 것이다. MOU 개선방안은 일찌감치 금융당국자들이 군불을 때 왔다. -
금융위, 공자위, 예보 등 우리은행 매각주체인 금융당국이 총출동해 잇따라 족쇄를 푸는 것은 우리은행 조속한 민영화에 힘을 보태는데 있다.
6년째 표류중인 우리은행 매각을 이번에도 매조지하지 못할 경우 자칫 해를 넘길 공산이 크다. 총선일정 등을 감안하면 내년 매각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이럴 경우 사실상 박근혜 정부내 우리은행 매각은 수포로 돌아가고 현정권의 금융개혁도 물거품이 된다.
현재 우리은행과 금융당국은 모두 중동 국부펀드에 시선이 꽂혀있다. 한때 투자의향서(LOI)의 진정성 논란이 일긴 했지만 ADIC는 지금까지는 가장 유력한 매각 수요처다. 지난해 우리은행 인수에 나섰던 중국 안방보험이 동양생명 인수에 탄력받아 여전히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주시중이다.
중동의 국부펀드들은 단기의 경영수익 대신 장기투자를 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입맛에도 맞는다. 다만 ADIC가 10% 가량의 우리은행 지분을 매입해도 6% 가량의 지분은 의결권을 포기해야 하는게 걸림돌이다. 현행 금산분리법상 ADIC는 비금융주력자본으로 분류돼 4% 이상의 의결권을 보유할 수가 없다. 당국과 ADIC는 이 문제 해결방안을 놓고 물밑 협상을 진행중이다. -
일각에서는 국정감사와 추석연휴 등으로 제약받았던 양측의 논의가 당장 10월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예보 등과 함께 이달초 매각협상 전담팀을 꾸린 금융위는 지난 6일 매각 실무협상 개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전체 개황자료만 넘겼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매각 방식과 가격 등에 대한 논의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렵사리 매각 이슈를 재점화시킨 우리은행도 잔뜩 기대하는 분위기다. 과점주주 매각방식에 이어 공적자금 원금회수에 대한 탄력적인 입장 선회, 여기에 경영자율성 보장까지 담보받을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은행지분을 인수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국가 간 이뤄지는 계약이다보니 두 달 정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연내 ADIC와의 매각작업은 마무리될 것"이라며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조심스럽지만 이번 만큼은 낙관론이 더 힘을 받고 있다. 실현 가능성에 중점을 둔 더블트랙 방식이나 콜옵션, MOU 완화 등 지난 2년여 시장이 원하는 방식으로 민영화 준비를 해 온 터라 시장과 소통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
금융위와 우리은행은 아부다비 등 중동 국부펀드가 일종의 '앵커(anchor) 투자자(중심 투자자)'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며 투자확약서를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 시점이 10~11월이다.
만약 아부다비투자공사 등이 우리은행에 지분 투자를 결정하면 추가적인 과점 주주 모집도 한결 수월해 질 수 있다. 벌써 사우디국부펀드 등이 4% 지분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도 인터넷뱅크 등에 참여한 ICT 기업군 일부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당국의 의도대로 쪼개팔기가 성사될 경우 공적자금 회수에도 청신호가 켜진다.
가급적 빨리 과점주주에 지분을 팔아 민영화하고, 경영 개선을 통해 주가가 올라간 뒤 남은 지분(최대 18%)을 팔면 벌충을 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30% 지분을 1만원 선에 팔고 남은 지분을 2만원대에 팔 수 있다면 공적자금의 온전한 회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예보는 9월 현재 우리은행 지분 51%(콜옵션 대비 지분 제외시 48.07%)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예보가 보유 지분 중 48.07%를 투자자 1인당 최소 4%에서 최대 10%씩 나눠 매각하기로 했다. 30%~40%가 되도록 할 계획이다. -
미회수된 4조7000억원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은행 주가가 주당 1만3500원은 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9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꼬박 10년전 2만원대의 반토막이다. 그래서 정부와 은행은 은행가치 높이기에도 진력하고 있다.
정부가 우리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건 벌써 17년이 넘었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때 당시 상업은행, 한일은행, 평화은행, 경남은행 등 부실 은행들을 한데 통합한 후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었다.그후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2010년부터 매각 등 다섯 차례에 걸쳐 민영화를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4전5기에 나서는 우리은행 민영화 매각이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 분수령이 될 10월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