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ELS 조기상환·발행금액 '급감'에 시장위축 우려↑"HSCEI는 가장 큰 시장이자 기회…안정성 높여 발행 재개해야"
  • ELS(주가연계증권)시장이 부진에 빠졌다. 그동안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며 높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외 증시가 크게 조정을 받고 있고, 홍콩증시 급락과 맞물려 금융당국이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에 제동을 걸면서 시장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의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9월 중 조기상환된 ELS 상품은 278개에 불과했다. 올들어 7월까지는 매달 1000개 이상이 조기상환됐고, 특히 7월 한달 중 조기상환된 ELS가 1855개인 점을 감안하면 2개월 만에 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올 들어 월별기준 조기상환 ELS는 지난 4월 2200개로 최대치를 기록했고, 5월 1711개, 6월 1392개, 7월 1855개 종목이 조기상환에 성공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8월 들어 827개로 1000개 미만을 찍은 이후, 9월에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


    9월 한달 동안 발행된 금액 역시 급감했다. 9월 중 ELS 발행 금액은 3조6081억원으로 8월 6조463억원, 7월 7조3226억원 등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월간 ELS 발행 금액이 5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4년 6월(4조1744억원)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9월 ELS 발행이 저점을 찍고 있는 것은 국내는 물론 글로벌 증시가 전체적으로 부진함에 따라 조기 상환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신규발행 역시 줄어드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상적으로 ELS는 6개월 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지며 조기상환된 자금은 ELS에 다시 재투자되는데 조기상환이 줄면 재투자 여력 역시 감소할 수 밖에 없다.


    특히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을 금융당국이 자제하도록 권고함에 따라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커진 점도 시장위축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홍콩증시의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그만큼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역시 수익을 내기 좋은 여건이지만 증권사들이 공모형 상품에서는 H지수 발행을 멈췄다"며 "증권사와 투자자 모두 현재 홍콩증시를 기회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불안요인으로 생각하고 있고, 이같은 상황에서 결과까지 좋지 않을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자제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H지수를 기초로 한 ELS 발행 잠정 중단을 마냥 지속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H지수 쏠림이 지나치다고 경고(8월27일)하며 발행을 중단한 기간이 한 달 이상 지난 만큼 시장상황에 맞춰 발행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장 큰 시장이자 기회인 H지수를 방치해둘 수는 없다"며 "금융당국과 협의를 통해 증권사별 발행 금액이나 물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안정성을 더욱 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증권업계 전체가 ELS로 인해 3분기 실망스런 수준의 실적발표가 확실시 되는 만큼 4분기에는 적극적인 전략으로 만회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ELS 시장이 급격히 위축됨에 따라 각 증권사들은 녹인구간을 없앤 ELS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선진국 중심으로 기초자산을 구성함과 동시에 녹인을 없애고 조기상환 가능성도 높인 ELS를 선보였고, 키움증권도 녹인베리어가 없는 ELS를 출시한 바 있다.


    또 NH투자증권, KDB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한 공모 ELS 상품을 다시 꺼내들었다. 투자자들의 요청이 잇따르자 발행을 재개한 것으로 녹인구간을 낮춰 위험을 줄인 반면 수익률은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