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서로 다른 플렉서블 방식… "약점 극복이 관건"
  • ▲ LG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18인치 플렉서블 OLED. ⓒLG디스플레이.
    ▲ LG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18인치 플렉서블 OLED. ⓒLG디스플레이.


    액정표시장치(LCD)를 대신해 플렉서블(flexible. 휘는) 올레드(OLED. 유기발광다이오드)가 위기의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을 지켜낼 구원투수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삼성, LG와 같은 세트업체는 물론 부품과 소재, 장비 부문에서도 이미 LCD에서 플렉서블로 갈아타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올레드는 LCD와 달리 스스로 빛을 내는 자체발광 디스플레이여서 광원(백라이트)이 필요없다. 때문에 플렉서블로 대표되는 미래 제품 구현에 적합하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10세대와 8세대 마더글라스(원판)가 각각 생산하는 TV용 패널 숫자는 3대 1 비율로 10세대가 압도적으로 많다.

    LCD를 비롯한 TV 패널은 마더글라스라고 불리는 유리기판을 잘라 생산한다. 세대 수는 마더글라스 크기에 비례해 올라간다. 세대 수가 커지면 TV 패널 생산 숫자가 늘어난다. 제품 단가를 낮추는 데 주요 원인이 되는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실제로 8세대(가로 2.2M, 세로 2.5M) 마더글라스를 통해 70인치 TV용 패널을 2장 생산할 수 있다. 65인치는 3장, 55인치는 6장씩 만들어낼 수 있다. 반면 10세대(가로 2.9M, 세로 3.1M)는 75인치 6장, 60인치 8장, 48인치 12장 등 8세대보다 3배 가량 많은 패널을 찍어낸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BOE가 8세대급에 머물러 있는 국내 기업들을 제치고 10.5세대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3년 뒤 10세대 밑그림을 완성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LCD로 세계 TV 시장 주도권을 잡고 있는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은 10세대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사실상 회의적 입장에 가깝다. 정체기에 들어간 LCD 시장이 언제 살아날지 모르는 판에 수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섣불리 집어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LCD 산업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0년 세계 TV 시장에서 LCD 계열 제품 비중이 처음 70%대 벽을 돌파했지만 2년 뒤인 2012년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현재까지 끝없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TV 대형화 추세가 둔화되고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인하와 업체간 경쟁 심화로 최소 2~3년간은 어두운 터널을 뚫고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기업들은 플렉서블에 힘준 사업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중소형 올레드(아몰레드) 시장에서 90%대 후반 점유율로 지존의 자리를 확보한 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갤럭시S6 엣지처럼 휘어지는 수준을 넘어 화면이 접히는 제품이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 흘러나오는 두루마리 휴지처럼 말리는 모양(롤러블)의 제품은 디스플레이 외 배터리와 다른 부품 기술력이 함께 동반돼야 해 오랜 시간 동안 시제품을 보는 수준에서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몰레드가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아몰레드용 패널은 제품 기준 8인치를 넘게 되면 본래 성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10인치가 한계라는 얘기도 있다.

    아몰레드는 3원색(적색, 녹색, 청색)의 OLED 소자를 일정한 간격으로 패널에 수평 배치한 'R, G, B'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런데 발광 유기물질인 R, G, B 중 청색을 나타내는 B소자의 평균 수명이 1만 시간에 불과해 하루 5시간씩 TV를 본다고 하면 6년 후 모두 증발해 버린다.

    때문에 휴대폰처럼 작은 화면에서는 2년 이상 사용 가능할 정도로 무리 없이 쓸 수 있지만 TV엔 맞지 않은 기술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플렉서블 제품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최근 1조500억원 규모의 6세대 플렉서블 올레드 신규라인 투자를 공식 발표하는 등 삼성보다 한 발 뒤쳐졌지만 과감한 투자를 앞세워 따라잡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걸림돌이 있다. 삼성의 R, G, B 방식이 대형화에 취약하다면 LG의 W-OLED는 플렉서블에 약하다.

    LG디스플레이는 한 화소 안에 적석과 녹색, 청색 소자를 수직으로 쌓고 그 위에 흰색 컬러필터를 덧붙이는 구조를 채택했다. 이를 통해 청색 소자의 수명 문제는 해결했지만 컬러 필터를 덧대다 보니 플렉서블이 구현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LG는 TV와 별도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LG는 현재 올레드 TV 시장을 나홀로 이끌고 있을 만큼 대형 패널 부문 최강자다. IHS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올레드 TV 판매량은 7만5600여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8000여대 대비 무려 317%나 성장했다.

    아울러 지난 8일 열린 제6회 디스플레이의 날 기념식에서도 최고 상은 아몰레드와 관련한 업체에게 돌아갔다. 덕산네오룩스는 이날 해외 업체가 독점한 아몰레드 소재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업계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세계 1, 2위 세트업체가 우리 기업이란 점은 강력한 경쟁력이다"면서 "LCD의 다음 세대로 평가받는 올레드를 활용해 다양한 플렉서블 제품을 양산,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