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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22년 만에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보험산업이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실손 위험률 조정 한도가 폐지됨에 따라 보험사들의 체질 개선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다만 DB경쟁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소형사들에게는 다소 불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보험료가 급등락하는 등 시장질서가 어지러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8일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 세부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보험료 결정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위험율과 표준이율 관련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보험상품 가격 완전 자유화의 길이 열렸다. 각종 규제 폐지로 보험사간의 상품 차이가 크게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 국장은 "이번 로드맵을 통해 지금까지 천편일률적이고 가격 차별성도 없는 유사한 상품으로 판매·마케팅 경쟁에 치중하던 시대에서, 혁신적이고 새로운 상품·서비스가 다양한 가격으로 제공되는 '질적 경쟁'의 시대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상품·서비스를 보다 손쉽고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돼 편익이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 자유화, 보험사 체질 개선 긍정적이지만…"DB경쟁력 낮은 중소형사엔 불리"
우선 금융위는 상품개발·자산운영 관련 사전적 규제를 전면 재정비해 질적 경쟁을 촉진한다. 이를 위해 인위적인 운용 요소와 사전신고제·표준약관을 폐지해 상품개발 자율성을 제고하고 위험율 및 이자율 등 경쟁저해 요인을 전면 재정비하는 등 상품가격의 다양성을 확대할 계획이다. 직접적·사전적 규제 폐지, 다양한 자본조달 방식 허용 등을 통해 자산운용 규제의 패러다임을 사후적·간접적 감독 방식으로 전환키로 했다.
이에 대해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보험료 가격 자유화와 신상품 개발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보험 산업의 경쟁을 유도하는 반면 소비자 보호를 위해 보험 상품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판매채널의 판매의무를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본질적인 손해율 개선시기와 맞물려 현실적인 보험료 조정, 고액차량 자동차 보험 제도 개선, 후순위채 발행 제도 유연화라는 굵직한 규제완화가 화두가 됐다"며 "시중금리 방향성과 월별실적에 의존하지 말고 보험료 자율화라는 큰 흐름에 편승해야할 시기"라고 진단했다.
특히 보험료 결정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위험율과 표준이율 관련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보험상품 가격 완전 자유화의 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이 로드맵에 따르면 신상품 개발 및 가격 결정은 대형사가 유리해 중소형사들로선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김 연구원은 "보험 신상품 개발 및 적정 가격 산출은 각 사의 경험요율 등 DB 경쟁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형사가 유리하다"며 "각종 규제 폐지로 보험사간 상품의 차이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우려만큼 가격 산정면에서는 보험사간의 별다른 변별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험율과 표준이율 관련 제도가 폐지된다손 치더라도 보험료 산정하는데 있어 기본적인 데이터는 필요한데 대형사들만이 의미 있는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 못한 중소형사들은 결국 종전처럼 보험개발원 등에서 공시하는 위험율 등의 데이터를 토대로 보험료를 산정할 것으로 보여 보험사 간의 보험료 차이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시장논리 때문에 보험료 급등락 어려워"…'온라인 보험 슈퍼마켓' 도입
이번 로드맵 발표로 보험료 산정 또한 자유화 됨에 따라 보장이 좋은 보험료는 크게 인상되거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보험상품들은 가격 덤핑 현상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현재 보험사들의 손해율이 90%를 넘어 100%에 육박하는 등 보험사들의 시름이 깊기 때문이다. 실제로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손해율은 138%에 이르고 있어 이미 내년도에 최대 30%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울러 붕어빵식으로 마구 찍어낸 경쟁력이 떨어지는 보험상품들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보험시장에서 고객들을 무리하게 유치하기 위해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에 돌입할 것이란 예측도 나오는 등 보험 시장의 질서가 한동안 어지러워질 것이란 우려다.
이에 대해 이동훈 금융위 금융서비스국 보험과 과장은 "20여 차례에 걸쳐 진행된 TF팀 회의 때도 보험료 급등락 문제가 거론됐었다"며 "그러나 보험료가 급등하면 우량 고객들이 업계 1위사로 갈아타는 현상이 일어나 보험료를 지급해야만 하는 회원들만 남게 되면서 보험사들 스스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반대로 과거 1990년대 말에 보험료 가격 덤핑 현상으로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에 돌입해 보험업계가 다같이 어려웠던 적이 있었는데, 업계 스스로가 이 때의 교훈을 잊지 않고 있다"며 "어느 정도의 보험료 조정이 있을 순 있겠지만 시장의 논리가 있는데 우려만큼 쉽게 보험료가 급등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금융위는 가격규제 정비에 따른 부작용 방지를 위한 방안을 내놨다. 우선 대다수 국민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 관련 위험률 조정한도 규제(±25%)는 2년이상 걸쳐 단계적으로 정비해 일괄적인 가격 상승을 차단키로 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을 활용한 보험상품 비교·공시도 대폭 확대해 소비자의 정보취득 용이성 및 상품 선택권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내달부터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공시 사이트에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을 열고, 내년 4월부터는 인터넷 포탈사이트에도 도입한다.
한편 금융위는 이번 로드맵 중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조속히 추진가능한 과제는 이달 중 입법예고해 내년 초부터 조속히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