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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부실채권 관리 회사인 연합자산관리공사(유암코)가 오는 11월부터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를 설립, 운영한다.
4조2000억원 가량의 재원으로 세워질 이 회사는 채권은행 및 민간자본을 합쳐 최대 28조원 상당의 구조조정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와 유암코, 국민ㆍ기업ㆍ농협ㆍ산업ㆍ수출입ㆍ신한ㆍ우리ㆍKEB하나 등 8개 은행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 설립ㆍ운영방안을 22일 발표했다.
◇ 4조2000억 재원으로 28조 구조조정 가능해진다
금융위는 당초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신설하는 방안을 계획했으나 채권은행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관리 회사인 유암코를 확대 개편하는 쪽으로 최근 방향을 선회했다.
유암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은행권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2009년 시중은행들이 출자해 설립한 부실채권 전문회사로 자산유동화와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맡아왔다.
금융위는 유암코가 기업재무안정 사모펀드(PEF)를 설립해 기업구조조정에 나서도록 했다.
유암코와 채권은행, 민간자본이 힘을 합친 PEF가 특정 기업의 채권·주식을 사들여 구조조정에 나서는 방식이다.
PEF는 기업 여건을 감안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등 정상화 작업에 나설지, 핵심자산을 매각하는 청·파산 절차로 들어설지 결정하게 된다.
금융위는 유암코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1조2500억원을 추가 출자하고 2조원의 대출 약정을 체결했다.
유암코의 기존 자본과 보유 회사채 등을 감안하면 총 4조2000억원의 재원을 확보하게 된다는 의미다.
유암코가 PEF 전체 지분의 30~50%를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PEF의 자본규모는 8조4000억~14조원 선이 된다.
PEF가 구조조정 채권·주식을 액면가의 50~70%로 매입할 경우 총 12조원~28조 원어치를 사들일 수 있다.
즉 유암코가 최대 28조원 상당의 기업 구조조정을 동시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PEF가 자본의 300%까지 차입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구조조정 규모는 이보다 늘어날 수 있다.
◇ 민간주도 구조조정 11월 개봉박두
이번에 발표한 방안은 기업구조조정을 채권단 주도가 아닌 민간주도로 전환, 시장 중심의 상시적 기업구조조정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의 입김을 최소화하고 시장에서 채권자들이 자율적으로 합의해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의미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현재 기업구조조정은 채권은행 주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회사채 투자자 등 비협약채권자 증가, 채권은행간 이견 등으로 한계에 직면한 상태”라며 “유암코를 통해 시장 주도의 구조조정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조조정전문회사 설립을 위해 유암코 조직도 바뀐다. 투자사업본부, 자산관리본부 외에 기업구조조정본부를 신설하고 구조조정자문위원회를 구성하는 것. 또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를 구성하기로 했으며, 기존에는 실적 인센티브가 없어 열심히 일할 동인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따라 보상위원회를 신설해 성과주의를 확립하도록 할 계획이다.
유암코는 이달내 구조조정 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다음달 중 주주간협약서를 통해 추가 출자, 대출약정 등을 확정할 방침이다.
구조조정 사업은 11월부터 시작된다. 11월 중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물색하고 실사 및 평가기간, 매각은행과의 협약 등을 거쳐 내년초까지 구조조정 기업 채권, 주식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사회 구성 등 지배구조 개편은 내년 3월 마무리되며 출자는 내년 4월 안에 끝내는 것이 목표다.
손병두 국장은 “채권은행은 부실채권을 매각함으로써 구조조정에 대한 부담을 덜고 궁극적으로는 시장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이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