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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이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까. 당초 목표했던 1조2000억원의 조달 계획은 일단 실패다. 1차 발행가가 예정 발행가보다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오는 30일 2차 발행가가 1차보다 낮게 결정되면 심리적 마지노선인 1조원 돌파도 무산된다.
전문가들은 1차 발행가 수준에서 최종 발행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량이 워낙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실권주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IB 요건을 갖추는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30일 미래에셋증권의 유상증자 2차 발행가 결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조달계획에 분수령이 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9일 이사회를 열고 총발행주식 대비 100%인 4395만8609주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1조20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예정 발행가는 2만7450원이다. 지난달 8일 미래에셋증권의 주가 3만7100원에서 15% 할인율을 적용한 금액이다. 예정발행가에 신주 발행 주식수 4395만8609주를 곱하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할 수 있는 1조2066억원이 산출된다.
최종 발행가는 1차와 2차 발행가 중에서 낮은 가격으로 결정된다. 발행가가 낮을수록 조달 자금이 작아지기 때문에 발행가가 얼마에 형성되는지가 중요하다.
1차 발행가는 예정 발행가 2만7450원보다 4600원 낮은 2만2850원으로 책정됐다. 이 경우에는 최대 1조44억원의 자금을 모을 수 있게 된다.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는 2000억원 가량 부족한 금액이다. 그나마 2차 발행가가 1차보다 높아야 가능하다. 2차 발행가가 1차보다 낮을 경우에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1조원을 넘기지 못하게 된다.
이에 대해 최근 기자와 만났던 변재상 미래에셋증권 사장은 “시장과 다소 괴리감이 있었지만, 1차 발행가로 최종 발행가가 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1차 발행가 수준에서 최종 발행가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이사는 “주가가 횡보하고 있기 때문에 1차와 비슷한 수준에서 2차 발행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시장도 좋지 않고, 증권주 자체에 대한 모멘텀이 크지 않기 때문에 2차 발행가가 1차를 크게 상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구주 청약이 얼마나 이뤄질지도 관건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증자 물량 가운데 86%는 주주배정, 나머지 14%는 우리사주에 배정하기로 했다. 앞서 실시한 우리사주 청약결과 배정된 주식수 615만4205주가 100% 청약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청약률이 낮을 것을 대비해 청약 희망자에게 120%까지 청약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특히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인수단을 통해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실권 처리할 방침이다.
변재상 사장은 “구주 청약 시에 실권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우리사주가 100% 청약된 것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물량이 너무 많기 때문에 100% 청약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는 “실적 추이가 좋은 메리츠종금증권이 실권주 없이 100% 물량을 소화했던 것과 달리 미래에셋증권은 실권주가 상당히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30일 최종 발행가가 확정되고, 구주 청약은 11월 4일~5일 실시될 예정이다. 신주 상장일은 11월 19일이다.
한편, 대우증권 인수와 관련해서 변 사장은 “증권 자체만으로도 자금이 충분하고, 필요할 경우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이 힘을 합치면 대우증권 인수 자금 마련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유상증자 성공 여부와 인수 자금은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자문단 구성을 마치고 입찰 준비에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