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 18兆 대출시 연이자 2.5兆 절감... 고연령층 자산가 공략 대안 세워야
  • ▲ 금융권이 온통 '중금리'에 휩싸였다. 은행-저축은행-인터넷은행 간 삼각혈투가 치열할 전망이다ⓒsbs 캡처
    ▲ 금융권이 온통 '중금리'에 휩싸였다. 은행-저축은행-인터넷은행 간 삼각혈투가 치열할 전망이다ⓒsbs 캡처

     

    인터넷전문은행의 최대 관심은 '누가'와 '어떻게'였다.

    이중 '누가'의 주인공은 카카오와 KT컨소시엄이 꿰찼다. 뒷말이 없진 않지만 시중의 관심은 빠르게 '어떻게'로 옮아가고 있다.

    당국도, 인터넷전문은행사업자도, 시중은행도, 저축은행도, 금융소비자도 하나같이 이른바 '중금리'를 주목한다. 4~5%의 1금융권, 25%가 넘는 2금융권 사이의 10%대 중금리 시장이 메인 타깃이다.

    그렇다면 중금리 대출시장의 규모와 이용자는 얼마나 될까.

    NICE 평가정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4300여만명의 금융거래자 중 1등급은 30.2%, 2등급은 16.3%, 3등급은 16.6%다. 전체의 절반쯤으로 1금융권 이용이 가능한 대상이다. 4등급 9.4%, 5등급 12.8%, 6등급 5.5%, 7등급 3.8% 등 30% 정도는 경계선이다. 이 구간 인원은 대략 1300만명이다. 8등급 이하는 4.5%다.

    예측기관 마다 편차가 있지만 4~7등급의 중신용자들이 이용할 중금리 대출시장 규모는 대략 1300만명,  30조~50조 내외로 추산된다.

     

  • ▲ 인터넷은행 출범에 앞서 은행권과 저축은행은 각각 시장선점과 수성전략을 짜고 있다ⓒ뉴데일리 DB
    ▲ 인터넷은행 출범에 앞서 은행권과 저축은행은 각각 시장선점과 수성전략을 짜고 있다ⓒ뉴데일리 DB

     

    금융당국은 우선 25%가 넘는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35조 중 절반 가까운 18조 정도가 새로운 중금리 시장으로 넘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121조 중 10% 안팎의 중금리 대출은 겨우 3.2%인 3921억원에 불과하다. 가계대출 차주 수 비중도 5등급 이상은 9.8%에 불과하고, 6~9등급이 82.6%를 차지한다. 저축은행이 주 공략대상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금융당국은 대략 18조~20조 정도만 인터넷 은행이 소화해도 연간 4조9000억원이 넘던 이자부담이 단박에 절반 수준인 2조원대로 줄 것으로 기대한다. 내년 상반기 출범 예정인 인터넷 은행이 첫해 2조원 가량의 대출을 시작으로 본격 영업에 나서면 4~5년내 20조 시장을 창출할 것이란 전제다.

    20% 초반대의 3000억~4000억 시장의 캐피탈 고객도 공략 대상이다. 조금 더 외연을 넓히면 은행권의 6~10% 중금리 대출 대상자도 확보할 수 있다.  은행권 신용대출 115조 중 이같은 중금리 대출은 고작 0.3%인 920억원에 그치는 수준이다. 규모는 작지만 이제 막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P2P 대출도 권역안으로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유일 경쟁자는 10~15% 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신한저축은행과 KB저축은행 등 금융지주사 계열이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7등급 이상 시중은행 대출(6~10%대 금리)과 저축은행 대출(20%대 금리)을 공략 포인트로 삼을 계획이다. 각각 '다음', '카카오톡' 이용 정보인 카카오스코어링과 우리은행, 현대증권 등 21개 주주사의 빅데이터를 통해 승부수를 걸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기존 은행권과의 차별화된 신용평가가 새로운 대출 생태계 구축의 관건이다.

     

  • ▲ 금융당국은 중금리 대출시장 활성화로 서민들이 떠안아오던 4조 가량의 이자 부담 중 2조5000억원 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뉴데일리 DB
    ▲ 금융당국은 중금리 대출시장 활성화로 서민들이 떠안아오던 4조 가량의 이자 부담 중 2조5000억원 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뉴데일리 DB


    이쯤되면 중금리 황금돼지 토양은 충분한 셈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쟁터다. 1차 예비인가를 받은 인터넷은행은 물론 추후 뒤따를 은행들도 너나없이 중금리 시장 공략이 최우선 전략이다.

    우선 전통의 강자 은행권이 가만이 있질 않는다. 인터넷은행이 출범하기 전 10%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미 400억원의 누적대출을 기록한 우리은행 '위비뱅크'를 필두로 KEB 하나은행이 '원큐뱅크', 신한은행이 '써니뱅크'라는 중금리 대출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비대면 실명확인은 기본이고 다양한 핀테크 기법을 활용한 접근성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영업망과 신용위험 측정이라는 중요한 항목에서 노하우가 부족하고 비대면 영업까지 활성화된 입장에서 결코 인터넷전문은행이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 ▲ 직격탄을 맞게된 저축은행의 수성전략도 주목된다ⓒ뉴데일리 DB
    ▲ 직격탄을 맞게된 저축은행의 수성전략도 주목된다ⓒ뉴데일리 DB

     

    2금융권 대출과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생존 목표치는 신규 대출취급액 기준 첫해 5010억원, 2년차에 1조160억원을 제시됐다. 국내 2금융권 개인신용대출 시장 53조(잔액 기준), 신규 영업기준으로 연 40조로 가정했을 때 추정치다.

    이중 대부업 시장을 뺀 실질 규모를 연간 32조원 정도로 추정할 때 인터넷전문은행의 2년차 신규영업 예상치 1조160억원은 2금융권 개인신용대출 시장에서 3.2%에 불과하다. 신용위험 추가 부담을 감수할 경우 예상보다 빠른 성장을 달성할 수 있지마 수년뒤 대손충당금 후유증을 겪을 각오를 해야한다.

    만약 금융당국이 예대율 100% 기준을 적용한다면 더욱 절망이다. 대출영업을 하기 위해선 예금고객을 확보해야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설립 초기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대부분 예금자들은 예금보험한도인 5000만원 미만에서 돈을 맡길 확률이 높다.

    생존 목표치인 신규대출잔액 1조 영업을 위해선 예금액 역시 약 9140억원이 필요하다는 얘기지만 언감생심이다. 5000만원 미만인 예금 고객은 약 32만6000명을 모아야 하지만 자산이 많은 고연령층의 인터넷은행 이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가격경쟁이 인터넷은행의 필요충분 조건이 될 수 없는 셈이다. 중금리 시장 진출이라는 지향은 맞지만 새로운 접근 방식과 특화된 서비스, 리스크관리, 소비자 보호 등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는 뜻이다. 내년 상반기 출범을 앞둔 1호 인터넷은행들의 숙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