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신건 낙찰률 33.9%"경매 장점 사라진다" 우려도

  • 지난 10월 29일 서울중앙지법 경매법정. 서초구 서초동 전용101㎡, 감정가 5억2000만원인 한 아파트가 경매에 신건으로 등장했다. 이 물건에만 10명이 응찰해 6억3219만9999원(낙찰가율 122%)에 유찰없이 낙찰됐다. 저렴하게 낙찰받는 목적인 경매의 특성상 유찰없이 주인을 찾는 모습은 흔치 않다.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경쟁지표로 볼 수 있는 신건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어서다.

    2일 부동산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경매 신건 낙찰률은 지난 3월 18.2% 기록하며 약 5년 만에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후 9월 32.1%, 10월 36.7%, 11월 33.9%를 기록하며 30% 선을 넘어섰다.

    신건 낙찰이란 경매시장에 나오자마자 유찰 없이 낙찰이 이뤄지는 것을 뜻한다. 결국 응찰가격을 감정가 이상 높게 써내야 낙찰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부동산 호황을 맞아 경매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신건 낙찰률도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경매에 나오는 아파트는 감정가는 보통 6개월 전 시세를 반영해 결정된다. 경매법정에 나오는 신건 중에는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감정가가 결정된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감정가 이상으로 입찰가격을 써내도 시세와 비슷한 가격이라고 판단한 응찰자들이 대거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에 높은 전셋값에다가 분양가가 상승하면서 신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최근 응찰자는 경쟁이 심해지기 전에 낙찰을 원해 높은 응찰 가격을 써내고 있다"며 "경매시장이 치열해지면서 낙찰가율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도 꾸준히 상승추세다. 지난 6월 90.4%를 기록한 이후 7월 93.2%, 8월 90.8%, 9월 97.1%, 10월 92%, 11월 93.3% 등 90%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특히 강남3구를 중심으로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 9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101.7%를 기록했다. 이달 강남구 대치동에 나온 감정가 12억8000만원 아파트는 12명의 응찰자가 몰려 낙찰가율 121%를 기록하며 유찰 없이 주인을 찾았다.

    강남3구를 중심으로 경매시장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최근 재건축 사업이 몰리면서 인근 전세수요와 투자자들이 관심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재건축 분양 단지에서 3.3㎡당 분양가가 4000만원을 넘어선 것도 경매 시장에 눈을 돌리게 만든 이유로 꼽힌다.

    내년이면 재건축 연한을 채워 투자대상으로 꼽히는 반포동 미도아파트가 지난 10월 감정가 8억1000만원에 경매법정에 등장했다. 이 물건도 유찰 없이 9억7500만원(낙찰가율 120%)에 낙찰됐다.

    일부에선 신건낙찰률과 낙찰가율이 높아지면서 경매시장에서도 과열 조짐을 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2차례 유찰을 통해 시세보다 저렴한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경매 장점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창동 선임연구원은 "경매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 측면의 장점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라며 "꾸준하게 시세를 확인하면서 응찰자 본인의 상황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