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연금보험보다 연금적은 '연금형 종신보험'

  • 상품출시부터 뒷말이 많았던 '연금형 종신보험'의 고름이 드디어 터질 기세다. 

    올해 생명보험사에 앞다퉈 출시했던 연금형 종신보험의 불완전판매가 증가하자 금융감독원이 상품명에서 '연금'이라는 단어를 뺄 것을 검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문제는 종신보험은 사망할 경우 보험금을 받는 보장하는 보장성보험으로, 보험료의 대부분을 저축보험료로 쌓는 연금보험과는 다르다.

    종신보험은 보장보험이라는 상품의 특성상 계약자가 낸 보험료에서 설계사 수당 등이 차지하는 사업비를 많이 떼고, 해지 혹은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저축보험료는 적게 떼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연금보험은 저축성보험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보장보험보다 사업비가 적고 계약자가 낸 보험료에서 연금으로 돌려줄 저축보험료의 비율이 높다.

    즉, 종신보험을 가입하고 받는 연금의 액수는 동일한 보험료를 지불하는 연금보험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금형 종신보험'은 일부 설계사들을 통해 '연금'보험으로 둔갑해 판매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노후대책'이라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며 '연금형 종신보험'을 앞다퉈 내놨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연금형 종신보험 중 '연금'이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운 상품은 ▲미래에셋생명 '연금 전환되는 종신보험' ▲신한생명 '연금 미리 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 ▲동양생명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플러스 통합종신보험' ▲동부생명 '연금 받을 수 있어 행복한 종신보험' ▲KB생명 'KB가족사랑 연금 플러스 종신보험' 등이다. 

    금감원은 통상 연금보험의 사업비는 10~12% 수준이지만, 종신보험의 사업비는 총 납입보험료의 약 25~30%으로 연금보험의 2배가 넘는다고 밝히며, 연금형 종신보험은 보장성보험으로 저축성보험인 연금보험보다 사업비가 높아 보험계약자 연금수령을 목적으로 가입할 경우 피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금감원 조운근 보험상품감독국장은 "연금형 종신보험의 민원이 늘어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연금보험으로 착각하게 해 불완전판매가 일어날 수 있어 완전판매할 수 있도록 설명물 강화와 상품명 변경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다"고 했다. 

    민원이 발생하고 금융당국에서도 종신보험 상품명에 '연금'이란 단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보험사별로 대응하고 있다. 

    우선 동부생명은 상품명에서 '연금'을 빼기로 결정했다. 동부생명 측은 "상품개정이 이뤄지는 내년 4월 연금 받을 수 있어 행복한 종신보험의 상품명을 변경하고 '연금'이라는 단어도 없애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미래에셋
    ·신한·KB생명은 타 보험사와 금융당국의 행보를 주시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이들 보험사는 한 목소리로 "상품명 변경건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다. 금감원에서 바꾸라고 했으면 '연금'이라는 단어를 뺄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했다.

    이어 "금융위에서 사적연금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권고한 안을 바탕으로 상품을 만들었으며, 금감원에서 상품인가를 받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이제와서 상품명을 변경하라고 하면 억울한 부분이 많다. 마케팅 비용과 관련된 각종 문서를 변경해야 하는 등 비용에 대한 소모도 크다"고 했다. 

    동양생명 측은 금감원의 연금형 종신보험 상품명 변경 권고에 대해 "금감원으로 '연금'을 빼라는 공문을 아직 받지 못했다"고 짧게 대답했다.

    반면 업계 내에서도 '연금'을 전면에 내세운 종신보험의 상품명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종신보험 상품명에 '연금'이라는 단어를 앞세운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소비자들은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을 분류해서 사업비가 얼마나 빠지고 보험료가 어떤 비율로 적립되는지 계산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연금 종신보험이라고 하면, 연금도 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 쉽다. 연금을 받으려고 가입하는 사람들에게 손해라는 사실을 반드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번 상품명 변경을 계기로, 상품명에 '연금'이라는 단어는 없지만 일명 '연금형 종신보험'으로 통하는 여타 상품도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교보생명은 '나를 담은 가족사랑 (무)교보New종신보험', NH농협생명은 '내맘 같이 NH유니버셜종신보험(무)' 등도 종신보험임에도 불구하고 '연금을 미리 받을 수 있다'며 홍보하고 있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일각에서는 종신보험에 '연금'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연금상품으로 오해할 수 있는 종신보험 상품 자체가 재검토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금융소비자원 오세헌 국장은 "연금형 종신보험으로 인한 소비자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금감원에서 상품명 변경에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하다. 보험사는 사업비를 더 확보하고 이익을 더 내려는 목적으로 그럴듯하게 연금형 종신보험이라는 상품을 내놨다. 이러한 변종상품은 한국에서만 판매하는 기이한 보험이다. 연금형 보험상품을 전면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