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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으로 이순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단독 후보로 추천됨에 따라 금융권 인맥이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최근 분위기는 우리은행 출신과 삼성그룹 금융 출신 인사들이 대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제17대 저축은행중앙회장으로 이순우 전 우리은행이 단독 추천됐다. 최종 선임은 오는 28일 총회에서 결정된다.
사실 저축은행중앙회장 자리는 그동안 대표적인 관피아 자리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관피아 논란이 불거진 이후 민간 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이순우 전 은행장이 유력 후보로 낙점됐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피아 논란에선 벗어났지만 이순우 전 행장이 가지고 있는 인맥도 한 몫했을 것”이라며 “결국엔 민간출신이라도 정부와 연결고리가 있느냐도 중요한 자격으로 부각됐다”고 말했다.
이순우 전 은행장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대구고 선후배 사이다. 또 현 정권 실세로 자리 잡은 서성한(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출신으로 분류된다. 이순우 전 은행장은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관피아 자리였지만 우리은행 출신 인사가 꿰찬 자리는 저축은행중앙회장 외에도 또 있다. 바로 신용정보협회다.
신용정보협회는 지난 9월 김희태 전 우리아비바생명 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했다.
김희태 회장 역시 신용정보협회가 법정협회로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관피아 출신이 아닌 민간출신 회장으로 선임된 사례다.
김희태 회장 전임자는 김석원, 주용식 회장인데 모두 재무부 출신으로 저축은행중앙회장을 거쳐 신용정보협회에 몸을 담은 바 있다.
이밖에 미소금융재단의 이종휘 이사장, 한국이지론의 조용흥 대표, OK저축은행 김홍달 수석부사장 등이 우리은행 출신 인사로 꼽힌다.
한편 삼성그룹 금융출신 인사는 증권, 보험권 협회장 자리를 꿰차고 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지대섭 화재보험협회 이사장,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 등이 삼성 출신이다.
특히 보험권의 경우 3대 협회장 중 2곳을 차지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갖췄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우리금융, KB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지만 출신으로 따지자면 삼성맨이다.
1975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1982년 뱅커스트러스은행으로 몸을 옮긴 후 1998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국제금융팀장으로 다시 삼성과 연을 맺었다.
이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인사팀장, 삼성전자 자금담당 상무, 삼성생명 전략기획실 전무를 거쳐 삼성투자신탁운용 대표, 삼성증권 대표를 거쳤다.
KB금융지주 회장 시절 불미스러운 일로 중도 퇴임했지만 2015년 2월 금융투자협회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달 취임한 지대섭 화재보험협회 이사장은 1979년 제일모직에 입사해 삼성생명 재무기획실, 삼성화재 기획관리담당 이사, 삼성화재 이사를 거쳐 삼성전자 반도체총괄로 옮긴 후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삼성화재 대표를 역임했다.
당초 화재보험협회장 공모에 4명이 입후보하며 각축전을 벌였지만 삼성 인맥을 고려해 협회장으로 지대섭 전 대표가 최종 낙점받았다.
지난해 12월 생보협회장으로 취임한 이수창 전 삼성생명 대표도 같은 이유로 유력 후보로 꼽히던 고영선 전 교보생명 부회장을 제치고 협회장에 올랐다.
일각에선 증권, 보험회사들이 기업영업 상대로 삼성과 연을 맺고 있는 만큼 어쩔 수 없이 삼성맨을 협회장으로 뽑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 보험의 경우 기업 자금을 관리하면서 수수료 수익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대기업의 눈치를 보기 마련”이라며 “또 정부에 당당히 업계 요구사항을 전달할 수 있는 것도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나서야 관심을 되돌릴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인사는 특혜 의혹을 야기할 수 있다.
실제 황영기 회장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논란이 있을 때 합병지지 발언으로 자산운용사들의 찬성표를 요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