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벽두부터 시멘트업계에 수천억원대의 과징금 폭탄이 날아들었다.
가격 짬짜미는 물론 점유율 담합까지 벌여 경쟁을 원천 차단한데 따른 공정거래위원회의 초강력 제재다. 일부 회사는 자료를 숨기거나 PC 바꿔치기 등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괴씸죄까지 더해져 과태료도 부과됐다.
공정위는 5일, 쌍용양회공업과 동양시멘트, 성신양회, 한일시멘트, 현대시멘트, 아세아 등 6개 시멘트사에 대해 과징금 1994억원을 부과하고 6개 회사법인 전부와 3명의 영업본부장을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과징금 부과액은 쌍용양회가 875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한일이 446억, 성신 436억, 아세아 168억, 현대시멘트 67억 순이었다. 회생절차가 진행중인 동양은 '과징금청구권은 회생채권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례에 따라 과징금이 면제됐다.
공정위는 또 조사를 방해한 쌍용양회와 한일시멘트에 대해서는 법인과 개인에 대해 1억6500만원의 과태료를 별도로 부과했다. -
공정위에 따르면 6개 시멘트회사 영업본부장들은 2010년 하반기부터 수차례 모임을 갖고 2011년 2월 각 사의 시장점유율을 정하고 이를 지키면서 출하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이 정한 시장점유율은 쌍용 22.9%, 동양 15.1%, 한일 14.9%, 성신 14.2%, 라파즈한라 13.6%, 현대 11.4%, 아세아 8.0% 였다. 이중 라파즈한라는 영업본부장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 등 가담 증거가 없어 무혐의 조치됐다.
점유율 담합 실행은 영업팀장들이 맡았다. 각 사 팀장들은 한달에 두차례씩 모임을 갖고 시멘트 출하량 점검을 통해 점유율 준수여부를 확인했다.
점유율을 초과한 경우 미달한 회사의 시멘트를 가장 높은 가격으로 구입하도록 하거나 선어음을 발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불이익을 줬다. 또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저가판매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세금계산서 확인 및 편법으로 할인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점검을 벌였다. 사실상 공정경쟁의 원천 차단이었다. -
밥그릇 나눠먹기에 합의한 시멘트사들은 곧바로 본색을 드러냈다.
영업본부장들은 2011년 3월과 같은 해 12월 등 2차례에 걸쳐 시멘트 가격을 올리기로 결정하고 무려 43%를 인상했다.
대형 레미콘사들이 가격 인상에 반발하자 6개 시멘트 회사는 15일간 일제히 시멘트 공급을 중단하는 횡포까지 부리기도 했다. 담합 의심을 피하기 위해 가격 인상폭과 인상시기, 공문발송일자 등을 조금씩 다르게 처리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쌍용과 한일의 임직원들은 공정위 조사를 방해하는 꼴불견을 보이기도 했다.
PC를 다른 직원과 바꿔치기하거나 서류를 급하게 치우고 일부는 여자화장실과 지하주차장 등으로 옮겨 놓기도 했다.
공정위는 시멘트사의 고질적인 담합행위를 없애기 위해 법인 뿐만 아니라 개인에 대해서도 고발조치했다며 앞으로 담합이 사라지고 공정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