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가 밝으면서 국내 보험업계가 건강보험 신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국내 보험시장이 정체되면서 신계약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6일 동부화재는 '단계별로 더 받는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다양한 질병을 초기부터 말기까지 단계적으로 보장한다. 특히 기존 건강보험상품들의 보장이 주로 말기, 중증질환 위주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 상품은 질병의 초기 단계에 대한 보장을 강화한 점이 눈에 띈다.

    이처럼 동부화재의 단계별로 더 받는 건강보험 상품은 독창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손해보험협회로부터 최근 배타적 사용권도 획득했다. 보험상품의 저작권 개념인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게 되면 다른 보험사에서는 3개월 동안 유사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KB손해보험은 전날 'KB 신간편가입 건강보험'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보험 가입이 어려운 유병자나 고령자도 간편하게 가입해 사망이나 3대 질병(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을 보장받을 수 있다. 5년 내에 암진단을 받거나 2년 내에 입원·수술한 경력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도의 서류제출이나 건강진단 없이 가입이 가능하다.

    AIA생명도 새해 들어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가진 고령자도 무심사로 가입해 급성 심근경색증 및 뇌출혈을 한 번에 보장받을 수 있는 '(무)고혈압당뇨YES건강보험'을 내놨다. 이 상품은 61세부터 75세 노령층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비갱신형 상품으로, 한 번 가입하면 보험료 인상없이 15년 동안 집중 보장이 가능하다. 일반 가입자를 위한 1형(표준체형)과 고혈압, 당뇨병이 있는 고객을 위한 2형(유병자형)으로 제공된다.

    한화손해보험은 암·뇌·심장 등 3대 질병을 진단 받으면 보험금을 받고, 건강하면 보험료 전액을 무사고 환급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무배당 신의(信義)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3가지 질병 중 하나를 진단받으면 나머지 담보는 보험료 납입이 면제되며, 무사고 환급 시에는 내지 않은 보험료까지 낸 것으로 계산해 환급해 준다. 또 이 상품은 3대 질병 모두에 대해 두 번째로 진단받아도 보험금을 준다.

    미래에셋생명은 주요 질병 진단시 사망보험금을 먼저 받아 치료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건강정기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암, 뇌출혈, 급성김근경색증 등이 발병하면 업계 최고 범위인 100%의 사망보험금을 최대 6차례까지 미리 청구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처럼 국내 보험사들이 건강보험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로는 정체된 국내 보험시장이 꼽힌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이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보험 가입률이 99.7%에 이른다. 이는 국민들이 더 이상 새로운 보험상품에 가입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신계약률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기존 상품들을 모두 판매 및 소진한 국내 보험사들이 건강보험이 속한 '제3보험'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제3보험은 사람이 질병에 걸리거나 재해로 인해 상해를 당했을 때 또는 질병이나 상해가 원인이 되어 간병이 필요한 상태를 보장하는 보험이다.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의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갖추고 있어 어느 한 분야로 분류하기가 곤란해 제3보험으로 분류하고 있다.

    즉, 손해보험과 생명보험보다는 제3보험의 업력이 짧아 그나마 블루오션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보험 상품들로 판매에 주력했던 보험사들이 더 이상 판매할 상품이 떨어지면서 그나마 새로운 영역인 제3보험 종목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