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농협회장 선거에 나선 6인의 후보들. 시계방향으로 왼쪽 상단부터 이성희·최덕규·하규호·김병원·김순재·박준식 후보ⓒ중앙선관위 제공
    ▲ 농협회장 선거에 나선 6인의 후보들. 시계방향으로 왼쪽 상단부터 이성희·최덕규·하규호·김병원·김순재·박준식 후보ⓒ중앙선관위 제공

     

    새 농협 수장을 뽑는 중앙회장 선거가 하루앞으로 다가왔다.

    농협 내부에서 조차 "외부의 관심이 덜한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겉으로 보기엔 이전 보다 사뭇 차분한 모습이다.

    첫 4년 단임제 선출인데다 중앙선관위 등의 감시 눈초리가 매섭다. 이전 회장들의 비리에 진저리가 난다는 분위기도 조용한 선거전에 한 몫을 한다. 나라 안팎의 굵직한 이슈가 속출하다보니 여론의 관심도 덜하다.

    하지만 '농협 대통령'으로까지 불리는 농협중앙회장 자리가 어떤 자린가. 속내는 여전히 시끌하다.

    ◇ 6인 6색, 3강 3약

    농협중앙회장 선거에는 이성희(66세) 전 낙생농협 조합장, 최덕규(65세) 합천가야농협 조합장, 하규호(57세) 경북농업경영인조합장협의회장, 박준식(75세) 농협중앙회 상생협력위원회 위원장, 김순재(50세) 전 동읍농협 조합장, 김병원(62세) 전 농협양곡 대표이사가 나섰다.

    출신 지역별로는 △영남 3명(최덕규·하규호·김순재) △서울·경기 2명(박준식·이성희) △호남 1명(김병원) 등이다.

    후보들은 저마다 투표권을 가진 291명 조합장대의원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비록 이번의 경우 비상임 4년 단임이지만 당선되면 중앙회장 선거를 다시 직선제로 바꾸겠다고 한다. 회장과 중앙회의 권한을 더 낮추겠다며 연신 공손모드다. 조합장들의 처우 개선도 빠지지 않고 약속한다.

     

  • ▲ 농협회장 선거에 나선 6인의 후보들. 시계방향으로 왼쪽 상단부터 이성희·최덕규·하규호·김병원·김순재·박준식 후보ⓒ중앙선관위 제공

     

    농협 내외부에서는 이 중 이성희·최덕규·김병원 후보를 3강으로 꼽는다. 여론조사에서도 세 후보가 상위권에서 엎치락뒷치락 하는 모습이다.

    중앙회 감사위원장을 7년 지낸 이 후보는 최원병 현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농협조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폭넓은 운영 경험에 지명도, 여기에 농협 주류세력의 지원까지 받고 있다. 경기도 출신인 점도 나름 강점이지만 각종 농협비리 과정에서 감사위원장으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허위 영농 논란에 휘말린 것과 농협노조의 반대도 부담이다.

    최덕규 후보는 최대 표밭인 영남 출신인데다 중앙회장 후보 3수생으로 동정여론이 적지 않다. 중앙회 이사를 세번 역임하고 가야농협을 탄탄하게 이끌어 온 점도 인정을 받는다. 2007년과 2012년 대선때 박 대통령 지지포럼에서 활동한 전력 탓에 최근 정치권 개입설이 불거져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경쟁 후보에 비해 중앙회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상대적 약점으로 지적된다.

    당선된다면 첫 호남출신 회장이 될 김병원 후보 역시 중앙회장 후보 3수생이다. 8년 전 첫 출마 당시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결선투표에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4년 전 선거에서도 33%라는 적지 않은 득표력을 보이기도 했다. 중앙회 이사와 농협무역, 농협양곡유통 CEO를 역임해 전문성도 인정받고 있지만 외려 낙선후 요직을 차지했던 전력 탓에 시끌하다. 다른 자리를 약속받기 위해 출마했다는 설이 나돌자 경쟁후보측의 마타도어라며 펄쩍 뛰고 있다.

     

  • ▲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2인 결선투표를 치른다. 이 과정에서 후보별 지역별 합종연횡이 당락을 가를 전망이다ⓒ뉴데일리 DB
    ▲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2인 결선투표를 치른다. 이 과정에서 후보별 지역별 합종연횡이 당락을 가를 전망이다ⓒ뉴데일리 DB

     

    ◇ 합종연횡이 변수...비영남 수장 관심

    12일 선거는 1134명 조합장 중 중앙회장 투표권을 가진 291명의 대의원과 현 회장까지 총 292명의 투표로 진행된다.

    대의원은 경북(40) 경남(32) 등 영남권이 87명으로 가장 많고, 전남(36) 전북(26) 등 호남권 64명, 충청과 수도권이 각각 55명, 강원 23명, 제주 7명 등이다.  1차 투표에서 반수 이상 득표자가 없으면 결선투표로 당선인을 결정한다.

    후보들이 팽팽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2차 결선 투표에서 최종 승자를 가려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과정에서 후보별 지역별 짝짓기가 변수가 된다. 유력 후보들이 충북(18명)과 대전·충남(37명) 등 19%의 충청권 대의원 공략에 애쓰는 이유다. 지역 소속 대의원 숫자에서 밀려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충청권 표심을 얻는 후보가 차기 회장에 성큼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부 조합장들 사이에서 "차기 중앙회장은 非영남 출신이 당선돼야 지역적으로 회장을 순차적으로 맡아 농협 지도부가 전국을 포괄하며 실질적인 농민 및 농촌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지금까지 역대 선출직 회장은 △1대 한호선(강원) △2대 원철희(충남) △3대 정대근(경남) △4대 최원병 현 회장(경북) 등 4명이다. 회원조합 숫자가 영남 다음으로 많은 호남이나 수도권 지역에서는 회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 ▲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2인 결선투표를 치른다. 이 과정에서 후보별 지역별 합종연횡이 당락을 가를 전망이다ⓒ뉴데일리 DB

     

    ◇ 농협중앙회장 자리는 여전히 막강

    중앙회장 자리는 이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막강하다. 아직은 이른바 '농협대통령'에 가깝다.

    농민 회원 234만명을 대표하며 342조원대 자산을 좌지우지한다. 이같은 자산규모는 348조의 삼성그룹 다음으로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 204조 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재계 순위 3~5위인 SK(164조40억 원), LG(107조2620억 원), 롯데(105조9430억)를 비교하면 농협의 덩치를 짐작할 수 있다. 은행과 증권, 유통업계의 큰손으로 '공룡'으로 불리는 이유다.

    비상임이지만 인사 권한과 이사회 의장 권한 등을 활용해 NH농협은행 등 계열사 31곳, 8만여명의 임직원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농협회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농업 전체의 경영 방향과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도 결정된다.

    중앙회가 각 조합에 지원할 수 있는 8조원 규모의 무이자 자금 또한 중앙회장의 뒷배로 작용한다. 조합장 대의원들이 줄을 서는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중앙회에서 받는 3억7000만원, 농민신문사에서 받는 3억5000만원 등 7억2000만원이 연봉이다. 일반 업무용으로 3800cc 에쿠스와 농정활동용 3500cc 카니발을 관용차로 사용한다. 현 회장은 강남에 10억대의 전세 아파트를 사용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