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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올해 1순위 금융개혁 과제로 ‘성과주의 문화’ 장착을 꼽았지만 은행들은 노동조합의 반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16개 은행 중 현재까지 임금단체협상에 합의한 곳은 7곳에 불과했다.
대부분 급여 인상과 관련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이 제시한 가이드라인 안에서 합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개인성과 도입만큼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급여 반납에 합의한 은행은 신한, 우리, 외환, 산업, 수출입, 농협, 제주은행 등 7곳이다.
이 중 외환은행만이 2.4% 인상분의 전액 반납을 수용했으며 국책은행인 산업, 수출입은행은 2.8% 인상, 부분 반납에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산업은행은 팀장급 이상 급여 인상분 전액 반납을 선언했으며 수출입은행은 0.4% 반납에만 동의했다.
신한, 우리, 제주은행은 2.4% 인상 0.4% 반납 안을 받아들였다. 단, 창구텔러 및 콜센터상담직원 등 저임금직군의 처우개선을 위해 급여 인상률(약 3%)을 높여 합의했다.
이처럼 은행권은 급여 반납에 관해 노사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개인성과 도입 문제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10월 자가진단서비스를 시행했지만 시행 4일 만에 잠정 중단했다.
자가진단서비스는 영업점 직원들이 업무 능력, 당일 영업 실적, 역량 등을 객관적 기준으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을 1등급부터 7등급으로 나누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결국 이 같은 줄세우기식 평가에 불만을 품은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임단협까지 해를 넘기며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SC은행 역시 신입직원을 대상으로 한 개인성과제 도입 문제로 인해 급여 인상 조율은 뒷전으로 밀린 상황이다. 지금까지 SC은행 노사가 급여 협상 테이블에 앉은 횟수는 두 차례에 불과했다.
SC은행은 지난해 하반기에 뽑은 신입행원 50명을 연봉제로 채용키로 했다. SC은행이 오랜만에 공채에 나선 것에 박수를 보낼 법하지만 연봉제 적용이라는 말에 노동조합은 즉각 반기를 들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은행권은 팀 단위의 조직문화가 정착돼 있어 개인성과에 대한 반감이 크다”며 “결국 개인성과 도입 문제는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온 뒤에나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개인성과주의 도입과 관련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충분한 합의 없이 강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은행권이 그동안 풀지 못했던 임금체계 개편에 착수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급격한 추진은 오히려 지나친 성과주의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개인성과문화가 장착된 증권업계의 경우 최근 자기매매 규제를 강화하는 등 성과주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