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당 평균 100억원 무이자 지원, 2020년까지 RPC 60개소 지분 인수 道지회장 신설-시군 지부장 중앙회 직원으로 전환
  • ▲ 농협수장으로 선출된 김병원 당선자의 공약이 주목받고 있다. 농협 전반에 역대급 변화가 일 전망이다.ⓒ
    ▲ 농협수장으로 선출된 김병원 당선자의 공약이 주목받고 있다. 농협 전반에 역대급 변화가 일 전망이다.ⓒ

     


    "△농협경제지주를 폐지하겠다. △회장 선출을 직선제로 바꾸겠다. △시·군지부장을 중앙회 직원으로 전환하겠다. △조합상호지원자금 20조를 만들어 조합당 평균 100억원씩 무이자로 지원하겠다. △농협 상호금융부서를 상호금융중앙은행(가칭)으로 독립 법인화하겠다."

    세번의 도전끝에 새롭게 농협 수장에 오르게 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당선자의 대표 공약들이다. 하나같이 폭발성이 큰 만큼 농협 전반에 역대급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 농협경제지주 없애겠다

    김병원 당선자는 연간 매출 19조 규모의 농협경제지주 폐지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당선자는 "경제지주가 중앙회와 지역 농협이 경쟁을 하게 만들고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1중앙회-1금융지주' 체제를 통해 경제사업을 다시 농협중앙회로 다시 되돌리겠다는 공약은 수익성 개선과 중앙회의 장악력 증대와도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이 공약은 시작부터 걸림돌이 만만치 않다.

    당장 농협경제지주로의 경제사업 이관은 절반 이상이 진행됐고 주요 사업 대부분이 진행된 상태다. 내년 2월 분리가 코 앞으로 정부의 공적자금 문제도 걸려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뜨악한 모습이다.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게 중평이다.

    일선의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 시설부터 줄곧 협동조합 이념을 강조해 온 김 당선자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조합장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던 공약이었던 만큼 선택의 폭도 넓지 않다.

    김 당선자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 ▲ 농협수장으로 선출된 김병원 당선자의 공약이 주목받고 있다. 농협 전반에 역대급 변화가 일 전망이다.ⓒ


    ◇ 회장 직선제로 뽑는다

    김 당선자는 경제지주 폐지와 더불어 회장선출 직선제를 들고 나왔다. 200만 조합원들의 농심 반영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임명제로 운영되던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1988년 민주화 바람을 타고 1000여명의 조합장이 선출하는 직선제가 됐다가 부정비리가 만연해 지난 2009년 이후 전국 290여명의 대의원이 선출하는 간선제로 전환됐다. 2005년과 2009년에 걸쳐 중앙회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했으며 이번부터는 4년 단임 명예직으로 바뀐 상태다.

    김 당선자는 직선제로 전환하면 결선 투표제 대신 다수 득표제를 도입하고 조합원 자격기준을 현재의 2분의 1로 대폭 완화하겠다고도 했다. 회장 단임제 보완책으로는 지역 본부에 조합장 출신 비상임 도지회장직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직선제 폐해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많고 농식품부도 시큰둥한 모습이다. 기왕의 시도 본부장 외에 도지회장까지 생겨날 경우 역할과 위상 등이 애매해 질 수 있다. 이래저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 상호금융중앙은행(가칭)으로 독립 법인화

    농협상호금융중앙은행으로 만들겠다는 공약도 주목된다. 기왕의 농협금융지주 산하 농협은행과는 별도로 농협중앙회 산하 상호금융부서를 독립 법인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제2 금융권이지만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농협상호금융은 '예수금 256조, 대출금 176조, 1115개 조합, 고객 1700만명, 영업점 4599개'로 어마무시한 규모를 자랑한다. 200조 안팎의 시중은행 예수금 규모를 훨씬 웃돈다.

    이미 농협상호금융은 창립 50주년인 2019년까지 수신 300조 여신 200조 등 사업규모 500조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사업규모가 432조인 점을 감안하면 김 당선자의 임기내 목표 달성과 독립법인화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김 당선자는 상호금융 수익률을 5% 이상 나오게 만들어 지역농협에 이익을 환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합상호지원자금을 20조까지만들어 조합당 평균 100억원씩 무이자로 지원한다는 공약은 여기에 기반한다. 현행 8조6400억원 규모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ISA 도입에 맞춰 지난해 말 일몰예정이던 농협, 수협, 산림조합, 신협, 새마을금고 예탁금·출자금에 대한 비과세가 2018년 말로 3년 연장된 것이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보인다.

     

  • ▲ 농협수장으로 선출된 김병원 당선자의 공약이 주목받고 있다. 농협 전반에 역대급 변화가 일 전망이다.ⓒ

     

    3월 결산 총회후 농협중앙회장으로 정식취임할 김 당선자의 4년은 시작부터 두루 분주할 전망이다. 당선의 기쁨을 누리기에 앞서 산적한 과제들이 많다.

    25명이 재판에 넘겨지는 등 고질적인 각종 비리 이미지를 쇄신하고 일반 국민과 조합원들의 신뢰를 되쌓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모처럼 영호남 지역구분없이 지지를 보낸 만큼 탕평인사와 투명한 조직 운영으로 김병원式 새농협을 선보여야 한다. 혹여 임박한 총선과 맞물린 정치권 줄서기는 절대 금물이다.

    '신뢰의 농협'을 모토로 내세운 김병원 당선자가 선보일 새로운 농협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