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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연일 최저치를 기록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세계 3대 원유 평균가격은 연일 하락하며 200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주로 들여오고 있는 중동산 원유(두바이유)의 지난해 평균가격은 50.69달러로 1년 간 47.5%가 떨어졌다.
국제유가 하락은 경기 둔화, 중동 지역 갈등, 달러화 강세 등과 함께 공급과잉에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미국 석유업체와의 경쟁을 의식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급과잉이 유가하락에 큰 영향력을 끼쳤다.
원유 생산량을 조절하며 원유시장을 통제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내분도 국제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더불어 국제 유가에 대한 비관론 확산도 유가하락에 가속도를 붙였다.
100달러를 예상했던 국제유가가 20달러대로 급락함에 따라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국제유가 전망 하향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유동치며, 글로벌 증시도 휘청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 증시 시가총액은 지난해말 기준 53조5650억 달러에서, 지난 15일 기준 57조6281억 달러로 10.7% 추락했다. 2주 만에 6조9365억 달러(8400조원)이 사라진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 GDP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
이란의 경제 제재 해제로 원유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추가 유가하락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4위 원유 매장국인 이란이 경제제재가 해제됨에 따라 하루 원유 생산량은 현재 280만배럴에서 70% 늘어난 480만배럴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 전문가들은 1990년대 장기 저유가 국면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OPEC의 결속력 약화에 따른 원유생산량 증가, 달러화 강세, 미국의 정책금리 흐름 등은 1990년대 경제상황과 상당부분 흡사하다.
저유가 사태를 호재로 받아들였던 한국 경제도 이제는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그동안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한국 경제에 유가하락은 축복으로 여겨졌지만, 유가하락에 따른 세계 경기 침체와 신흥국들의 산업 축소에 따른 국내 수출량 급감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건설·플랜트 등 한국 주요 수출품목 중 58%가 유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신흥국을 상대로 하고 있어, 신흥국 수출 감소는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2월 초 기준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전년대비 31.3% 줄었다. 특히 중동지역 건설 수주액은 52%나 급감하며 유가하락의 직접적인 영향을 실감케했다.
아울러 현재와 같은 저유가 흐름이 계속될 경우, 전자와 자동차 등에 대한 수출 감소도 예상된다. 한국의 효자 산업이자 양대축인 전자와 자동차마저 타격을 입게 되면 한국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한편 한국은행은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2%에서 3.0%로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은 성장률 전망치 하향에 대해 유가 하락에 따른 신흥국 침체와 그에 따른 국내 수출량 하락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