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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이 603억5000만원을 투입해 자사주 170만주를 사들인다. 2014년 220만주, 2015년 245만주에 이어 올해도 연초부터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것으로 삼성증권의 이번 결정은 결과적으로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사 전환과 회사 매각 모두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선택이란 분석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해 10월 자사주 245만주를 매입키로 했다고 공시한 이후 지난 22일로 해당 작업을 완료했고, 6일 만인 28일 다시 대규모 자사주 매입(170만주)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증권이 오는 4월까지 170만주의 자사주 취득을 마무리하면 삼성증권의 자사주 비율은 10.94%로 높아진다.
삼성증권이 밝힌 자사주 매입 목적은 ▲주주 친화적 자본정책 기조 견지(안정적 배당성향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일관된 주주환원 추진 ▲주가 하락에 따른 주가 안정화 조치 필요 ▲적정 자기자본 관리를 통한 자본 효율성 제고 등이다. 삼성증권은 물론 그룹측 역시 한목소리로 "주주가치 제고 이상의 목적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반면 삼성증권의 자사주 매입은 현재 매각설과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 전환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내린 결정이란 점에서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반면 업계는 삼성증권의 자사주 매입 행보에 대해 여러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우선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중간금융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은 지주회사 밑에 또 다른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둬 주식 보유를 통해 금융계열을 지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를 말하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삼성증권이 자사주 매입계획을 발표한 날인 28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45%를 전량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지분 71.8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분구조상 삼성그룹의 모든 금융계열사를 거느리는 위치로 올라선 것이다.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중간금융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일어날 것이라는 그간 업계의 전망과 일치하는 행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두고 그 아래 중간금융지주회사로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며 "삼성생명이 본사건물을 매각했고, 삼성본관 건물 역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며 삼성그룹 내 금융계열사들이 서초사옥으로의 이전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도 심증을 굳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반지주회사에 금융자회사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 비율을 줄여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주식매입으로 지분구조상 금융지주회사 전환 요건을 사실상 갖췄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지주회사 요건은 전체 자산 중 자회사 지분 비중이 50% 이상을 갖춘 이후 금융위원회로부터 지주회사 인가를 받아야 한다. 금융 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비상장사는 50% 이상) 보유해야 하고, 최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어야 한다.
결국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카드 지분매입과 삼성증권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삼성 금융계열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한 1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각 사 자사주 포함)
삼성카드의 이번 지분 매입은 지분율(71.86%)을 끌어올린 것 보다 1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타 삼성 금융계열사 중 삼성화재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15%의 지분에 삼성화재가 보유한 자사주 16%를 더하면 30%를 넘긴다. 삼성자산운용은 삼성생명의 100% 자회사이다.
삼성생명의 중간지주사 전환 작업에 마지막 남은 회사는 삼성증권으로 삼성생명의 지분율은 현재 19.45%다. 다만 삼성증권이 4월까지 170만주의 자사주 취득을 마무리하면 삼성생명의 보유지분과의 합이 30%를 넘게 되고, 삼성전자의 지분 정리(현재 7.2%에서 5% 미만 축소)를 제외하면 중간금융지주 체제로 지배구조를 전환하기위한 사전작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그룹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은 없고, 그룹이 관여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자사주 문제는)각 계열사들이 경영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의 자사주 매입은 삼성생명의 중간지주사 전환과 별개로 삼성증권의 매각 가능성도 높인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높이면 그만큼 가격경쟁력을 높여 팔 수 있다.
지난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테크윈, 삼성정밀화학 등을 매각하며 제조업 분야 그룹 재편작업을 마친 삼성그룹은 아직 금융업에 대한 재편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삼성그룹 내에서 삼성증권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도 매각설이 불거지는 이유로 꼽힌다.
삼성증권은 그룹 내에서 은행 역할을 해왔지만 삼성생명과 삼성자산운용의 비중이 확대돼 그룹 내 은행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만큼의 역량을 이들이 갖추게 됐다.
반면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해 연결기준 274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 2014년에 비해서는 19.7% 증가한 수준이지만 수년째 연 1000~2000억원대 순이익에 머물러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 역시 비슷한 수준이며 업황부진 등의 영향으로 증권업계가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감소하고는 있지만 업계 1위를 추구하는 삼성 입장에서는 타 대형증권사 대비 수익성 악화 속도가 더욱 빠르다는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브라질국채와 후강퉁 등과 관련해 실패사례를 만들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인수 후보군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도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다.
대우증권을 놓친 한국투자증권과 KB금융은 여전히 대형 증권사에 목말라있다. 특히 민영화를 추진 중인 우리은행이 사업다각화와 지주사 전환 차원에서 증권사 인수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인수후보군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은행과 삼성증권은 이미 업무협약을 통해 현재 4곳에서 복합점포를 운영하며 관계를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