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 다단계-9만5천개 순환출자 해외계열사 기타주주로 신고 누락…공정위 제재 임박
  • ▲ 예상대로 였다. 한국과 일본 롯데의 정점에는 신격호 총수 일가가 있었다.ⓒ뉴데일리 DB
    ▲ 예상대로 였다. 한국과 일본 롯데의 정점에는 신격호 총수 일가가 있었다.ⓒ뉴데일리 DB

    드디어 벗겨졌다. 많고 탈도 많던 롯데그룹의 베일이다.

    예상대로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가 롯데의 주인이었다. 신 회장은 0.45%의 롯데홀딩스 지분과 0.83%의 광윤사 지분을 토대로 복잡 다단한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를 통해 일본롯데의 핵심 7개사를 확실히 장악했다.


    이들 7개사는 다시 29개에 이르는 다른 일본 롯데 계열사들을 거느리며 한국 등 해외계열사 267개 마저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등은 국내 계열사 11곳에 집중 출자하면서 86개 계열사를 거느린 한국 롯데의 최정점에 올라 있었다.

    비결은 24개 단계에 이르는 다단계 출자와 한때 9만5000여개가 넘던 출자고리였다.

    이 과정에서 롯데는 한국 공정위에 일본 소재 계열사의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총수 일가가 30% 이상을 소유한 경우 보유한 기업 내역과 지분 구조를 공정위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롯데는 매번 이를 피해왔다.

    일본 소재 계열사가 총수 일가와 관련 없는, 즉 기타 주주가 소유한 회사라고 보고하고 자료 제출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실제 롯데는 해외계열사를 동일인 관련자에서 제외한 내부 지분율은 62.9%라고 밝혔으나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을 포함할 경우 지분은 85.6%로 22.7%p나 껑충 뛰었다.

    허위 신고, 허위 공시, 미제출에 따른 제재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형제와 부자의 난 이후 자정노력을 기울여 온 롯데에 또다시 먹구름이 가득하다.

     

  • ▲ 예상대로 였다. 한국과 일본 롯데의 정점에는 신격호 총수 일가가 있었다.ⓒ뉴데일리 DB

     

    ◇  한국 삼킨 일본 롯데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지난해 8월과 10월, 롯데그룹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대한 6개월여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롯데의 해외계열사 유형은 △ 일본 롯데를 중심으로 동일인 신격호와 그 친족이 지배하는 해외계열사  △ 일본 롯데가 지배하는 한국·일본 외 해외계열사  △ 국내 기업집단 롯데가 지배하는 해외계열사로 구분됐다.

    정점은 역시 신격호 회장과 친족들이 지배하고 있는 일본 롯데였다.

    신 회장은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등 일본내 7개 회사를 직접 소유하면서 이들을 통해 일본내 36개사를 지배하고 있었다. 광윤사와 롯데홀딩스의 신 회장 지분은 고작 0.83%와 0.45%에 불과했지만 친족과 계열사를 합한 지분은 90%와 62.37%에 달했다.

    일본 외에 유일한 해외 자회사인 스위스 LOVEST A.G는 옛 여수석유화학(現 롯데물산과 합병)과 옛 호남에틸렌(현 대림산업과 합병) 등의 지분을 보유·관리하기 위해 1985년에 설립한 회사로 신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다.

    일본롯데의 핵심을 이루는 일본 7개사는 광윤사 롯데홀딩스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 롯데그린서비스 패밀리 크리스피크림도넛재팬 마켓비전 등 이다.

     

  • ▲ 한국 롯데의 실제 주인은 일본 롯데의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등 이었다ⓒ
    ▲ 한국 롯데의 실제 주인은 일본 롯데의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등 이었다ⓒ

     

    ◇ 한국 롯데 86개 계열사 실제 주인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들 회사는 또 국내 계열사 11곳 집중 출자를 통해 86개 계열사를 거느린 한국롯데를 장악하고 있었다.

    신 회장 일가는 광윤사 등을 통해 롯데홀딩스를 지배하고, 롯데홀딩스가 다른 일본계열사와 함께 호텔롯데 등 국내 주요계열사를 직접 지배했다.

    한국 롯데의 핵심인 호텔롯데(99.3%), 부산롯데호텔(99.9%), 롯데물산(68.9%), 롯데알미늄(57.8%) 등

  • ▲ 한국 롯데의 실제 주인은 일본 롯데의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등 이었다ⓒ

    4개사의 경우 일본계 지분이 과반수에 달했다. 86개 한국롯데 계열사의 전체 자본금 4조 3708억원 중 일본 계열사가 소유한 주식가액은 9899억원으로 22.7%였다.

    대부분 롯데홀딩스가 직접 출자(3994억 원)하거나 롯데홀딩스가 소유·지배하고 있는 12개 L투자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출자(5059억 원)하는 형태였다. 일본계열사를 이용한 다단계 출자는 무려 24단계로 다른 대기업군 평균 4단계의 10배가 넘을 정도로 복잡했다.

    한국 및 일본 롯데가 해외사업을 위해 출자한 해외계열사는 267개에 달했다. 이중 일본 롯데가 지배하는 회사는 15개, 한국롯데 휘하는 252개였다.

     

  • ▲ 한일 롯데 순환출자 현황ⓒ자료=공정위
    ▲ 한일 롯데 순환출자 현황ⓒ자료=공정위



    ◇ 다단계 롯데...24개 단계-9만5000고리

    신 회장 일가는 순환출자에서도 발군이었다.

    일본은 롯데홀딩스를 중심으로 형성된 2개의 상호출자와 4개의 순환출자 등을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었다. 롯데홀딩스↔LSI, LSI↔패밀리, 롯데홀딩스→LSI→패밀리→롯데홀딩스, 롯데홀딩스→L2→LSI→롯데홀딩스, 롯데홀딩스→롯데상사→롯데그린서비스→(LSI)→롯데홀딩스가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는 롯데쇼핑·대홍기획·롯데제과를 축으로 하는 67개의 순환출자를 통해 국내계열사에 대한 확고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전체 67개 순환출자 고리중 롯데쇼핑은 63개, 대홍기획은 60개, 롯데제과는 54개의 고리에 포함돼 있었다. 공정위가 관리하는 전체 대기업집단 순환출자 94개의 71.3%가 롯데였다.

    롯데는 한국 및 일본 롯데는 모두 상장회사의 비중이 낮고 내부지분율이 높은 특징을 이용해 제대로 된 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다. 롯데는 그동안 국내계열사에 출자한 해외계열사를 동일인 관련자가 아닌 기타 주주로 신고해 내부 지분율이 과소 산정돼 왔다.

    지난해 10월 기준 해외계열사를 동일인 관련자에서 제외한 내부 지분율은 62.9% 였으나 이들을 포함할 경우 지분은 85.6%로 22.7%p나 껑충 뛴다.

     

  • ▲ 한일 롯데 순환출자 현황ⓒ자료=공정위


    국내계열사중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를 비롯해 부산롯데호텔, 롯데알미늄, 롯데물산 등 일본계열사 출자비중이 높은 계열사는 대부분 비상장사였다.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대기업집단 중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회사가 비상장사인 경우는 롯데가 유일했다.

    타 기업집단에 비해 총수일가의 지분율(2.4%)이 낮은 반면 계열사 출자(82.8%)가 높으며, 이는 비상장 계열사 수가 많고 주로 이들 계열사를 이용한 순환출자를 통해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정보공개로 롯데의 소유·지배구조가 투명하게 공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순환출자금지·공시제도 도입, 관련 정보공개 등에 따라 롯데의 순환출자는 상당 부분 해소된 상태다. 2014년 4월 9만5033개였던 순환출자고리는 지난해 4월 416개로 줄었으며 롯데사태가 불거진 이후인 지난해 12월말에는 67개로 감소했다.

    하지만 롯데는 여전히 대기업집단 중 전체 순환출자 94개 중 71.3%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은 상태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동일인 신격호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자료 미·허위제출, 한국 롯데 소속 11개 사의 주식소유현황 허위신고 및 허위 공시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사건처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룹 총수 일가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자체는 문제되지 않지만 공정거래법상 30% 이상을 소유한 경우 보유한 기업 내역과 지분 구조를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롯데는 지난해 7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기 이전에는 일본 소재 계열사의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 일본 소재 계열사가 총수 일가와 관련 없는, 즉 기타 주주가 소유한 회사라고 보고하고 자료 제출 의무를 피해 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를 통해 해외 계열사의 실소유주가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법적 제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공정위 김정기 기업집단과장은 "특히, 롯데 측이 기존에 제출, 신고 또는 공시한 자료와의 차이가 확인된 부분을 중심으로 조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초점은 검찰 고발과 함께 공정위의 제재다.

    공정위는 일단 고발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이지만 공정위 자체 제재는 서두르는 모양새다. 전원회의를 통해 결정될 공정거래법상 최고 처벌은 벌금 1억원이다.

    한편 롯데 측은 자료 허위 제출에 대해 "경영권 분쟁 발생 전까지 한국과 일본 롯데간 정보 교환이 없어 내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고의성은 없고, 향후 규정에 맞게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