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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조종사노조가 결국 파업 카드를 꺼냈다. 국민을 볼모로 회사와의 임금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노림수다. 조종사노조는 37%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1.9%를 제시해 절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파업을 위한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원하던 결과를 얻어냈다.
문제는 투표 자체의 위법성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1조 및 조종사노조 규약 제52조 규정에 따르면 쟁위행위 찬반투표 진행 시 '투표자 명부'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하지만 조종사 새노조(KAPU)는 조합원 투표자 명부 없이 불법으로 진행했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새노조 조합원의 찬반투표는 무효다. 새노조 조합원의 찬성 189명을 제외하면 전체 찬성은 49.7%에 불과하다. 과반을 넘지 못해 파업은 부결이다.
회사는 추가적인 법률 검토를 거쳐서 소송 등 법적 대응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투표기간을 세 차례나 연장하면서 총 39일간 투표를 진행한 것도 문제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장기간 투표다. 기존 조종사노조(KAU)로는 과반수를 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 새노조(KAPU)의 투표를 부추겼다. 최대한 많은 조합원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무작정 투표기간을 늘린 셈이다. 이 과정에서 반강압적으로 투표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사실이라면 조합원들의 자율적 투표권 행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37%라는 임금인상 요구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평균 연봉은 약 1억4000만원이다. 기장들의 경우 1억7000만원 이상 받는다. 평균 연봉으로만 계산하더라도 5000만원 가량을 올려달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국민들 입장에서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다.
한국경제는 큰 위기에 봉착했다. 저유가, 저금리, 환율불안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졌다. 이로 인해 한국경제도 수출 부진을 겪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의 긴장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기업들의 어려움은 말할 필요도 없다. 삼성그룹은 희망퇴직과 계열사 매각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를 전년 대비 낮게 잡았다. 포스코는 지난해에 창사 이후 첫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며 절치부심 중이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 빅3는 지난해 조단위 이상의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 1위 한국 조선업에 적색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대한항공의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도 임원을 줄이고 조직을 축소하는 등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상위 1%에 해당하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이같은 행위는 절대로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특히 국민을 볼모로 회사를 압박하려는 꼼수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주위를 둘러봐야 한다. 모든 기업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어려운 경영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특권 의식을 버리고 상식적인 선에서 회사와 협상 하기를 바란다. 자칫 파업으로 국민들이 불편을 겪게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회사에 돌아갈 것이다. 결국 조종사노조에도 득이 될게 없다. 엘리트답게 현명한 판단을 하길 기대한다.